1971년 블루 크리스마스의 쓸쓸한 종소리
방학이 끝나고 9월초 2학기를 시작하며 바빴지만 겨우 시간을 내어 R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에게 다가온 것은 만남의 기쁨이 아닌 헤어짐의 시련이었다. 학교앞에서 만난 R의 표정은 어딘가 어두운 것이었다. 우리는 말도 별로 없이 버스를 타고 을지로 입구로 나갔다. 당시 을지로 입구의 훈목 다방은 서울 시내에 몇 안되는 클래식 다방이었다. 클래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즐겁게 들리고 원하는 곡을 DJ에게 신청해 들을 수도 있었다. 전에도 같이 가본적이 있지만 그날은 웬지 분위기가 너무나 무거웠다. R은 학업의 부담도 물론 있었지만 나의 마음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부담이 갔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모든 일에 부담을 느끼고 한동안 마음을 쉬고 싶어하는 상태였다. "언제까지 일지 는 모르지만 어떻든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