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잎의 여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시집 같은 여자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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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오규원(본명 오규옥·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님은 2007년 2월 2일 오후 5시10분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지병으로 타계했다. 66살. 언어에 대한 예민한 자의식으로 사회를 풍자하고 관념의 개입 없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며 다양한 모색을 시도 하였다. 대중들에게는 위의 <한 잎의 여자>라는 시로 널리 알려져 있는 시인 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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