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묻는 그대에게
사랑이 목마른 날
외로움이 밀려오는 날에는
하늘에 편지를 씁니다
사랑이 무엇이더냐고
바보처럼 되묻는 물음 한 줄에
저 강물 햇살이 비치면
강섶에 자라난 들풀의 키만큼
그리움이 그림자지는 것이라고
대답 두 줄을 씁니다
쓰다 만 편지지 여백에
오그라든 명치끝이 아려 오면
그댄 소리 없이 다가와
저녁 강에 별빛으로 반짝이다
달빛으로 스러지고,
먹구름으로 떠돌다가
강물을 적시는 찬비로 내려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을 덧댑니다
이것이 사랑인가 봅니다
사랑을 묻는 그대
그리움으로 답하는 그대와
서로 하나일 수 밖에 없음은
우리가 함께 사랑한 까닭입니다
그것이 바로 사랑인 것입니다
저녁노을 같은 그대
내겐 언제나 아름다운 하늘이기에
그대가 보고픈 날,
그리움이 밀려오는 날에는
물빛 하늘에 편지를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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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춘경님(사진)의 시에서 보이는 것은 삶의 긍정적 수용, 그리고 그것들의 시적표출이다.
김춘경님의 시들에는 찌들은 삶의 고통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긍정적 세계관은
그것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우리 삶은 얼마든지 사랑스럽고,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가장 절망에 빠져있는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는
따스한 사랑이 있다는 말이다.
또한 그의 시에서는 인간이 가지는 원초적 그리움이 배어있다. 이 그리움은 인간적인 그 어떤 것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심연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인간 본연의 원초적인 것이다. 그의 시 어디를 펼쳐도 선혈처럼 뚝뚝 흐르는 것이 바로 그리움이다. 그런데 그 그리움의 대상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는다. 하늘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지나가는 바람의 모습이며, 서쪽하늘 붉게 물들이며 타오르는 노을의 모습이다. 가슴 싸한 그리움이라고 그 그리움에 젖어 보려면 어느새 노을빛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림자조차 어둠 속에서는 나를 배신하고 사라져 버리는것이 그의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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