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lly의 좋아하는 詩

열차 - 박인환

Billy Soh 雲 響 2019. 3. 20. 23:20



출처 http://www.gumvit.com/plaza/board/view.php?kind=freeboard&page=24&seq=265075




열차

박인환


폭풍이 머문 정거장 거기가 출발점

정욕과 새로운 의욕 아래

열차는 움직인다

격동의 시간


꽃의 질서를 버리고

공규한 나의 운명처럼

열차는 떠난다

검은 기억은 전원에 흘러가고

속력은 서슴없이 죽음의 경사를 지난다


청운의 복받침을

나의 시야에 던진채

미래에의 외접선을 눈부시게 그으며

배경은 핑크빛 향기로은 대화

깨진 유리창 밖 황폐한 도시의 잡음을 차고

율동하는 풍경으로

활주하는 열차


가난한 사람들의 슬픈 관습과

봉건의 터널 특권의 장막을 뚫고

피비린 언덕 너머 곧

광선의 진로를 따른다

다음 헐벗은 수목의 집단 바람의 호흡을 안고

툰이 타오르는 처음의 녹지대

거기엔 우리들의 황홀한 영원의 거리가 있고

밤이면 열차가 지나온

커다란 고난과 노동의 불이 빛난다

혜성보다도

아름다운 새날보담도 밝게

 

출처  http://cafe.daum.net/daejeon-sinangsong/87eA/167?q=%EC%97%B4%EC%B0%A8+%EB%B0%95%EC%9D%B8%ED%99%98&r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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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시인이라고도 불리는 박인환은1926년 인제에서 태어나 1956년 3월 20일 밤 9시 서울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 서른한 해 짧은 생을 통해 한 권의 시집과 70여편의 시를 소개했던 그는 한국전쟁의 포연이 쓸고 간 폐허에서 아픔과 절망과 분노를 애증의 빛깔로 표현하였다. 그의 대표적인 시 '세월이 가면' 을 읍조리며 젊은 날의 고독과 아픔에 빠져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을까. 또한 박인희가 노래로 부르는 '세월이 가면'을 들으며 낙엽진 공원 길을 쓸쓸히 걸어보지 않은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오늘은 그의 또 다른 명시 '열차'를 애송해 본다.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노래하고 미쳐 다 피우지도 못한 청춘의 고뇌를 홀로 짊어진채 그는 별빛을 타고 먼 행성으로 떠나듯 그렇게 홀연히 가버린 것이었다. 이제 또다시 수많은 세월이 흘러 그의 이름을 잘 알지도 못하는 세대가 아무렇지 않은듯 세상을 즐겁게 살아가지만, 우리들의 가슴엔 명동백작 박인환이 노래했던 아픔과 절망과 분노가 언제가지나 가슴에 서늘히 남아있는 것이다.   <운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