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옹베르트의 잎새
운향 Billy Soh
노을 붉게 물들면
떠나야하다니
꿈이던가
지나버린 시간들
잎새는 엎드려 울었다.
울지마
세상에 단 하나의 잎새
종말의 순간이 와도
베르트에게 살아있지
언제까지나 푸르게
존재의 허상을 가슴에 안고
하늘 높이 타오르던 구름의 성채
소슬한 바람이 지나간 후
흩어지는 우리의 운명적 시한은
언제나 슬픔이다
고독의 소혹성에서
창백한 마리아와 이별할때
마지막 황혼이
공제선 너머로 사라져가고
레옹베르트의 추억도.
잎새도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남은것은 들판에 가득한
어둠과 벌레 소리뿐
L'amour Te Ressemble (사랑은 당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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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에서 북한강으로 이어지는 강변길을 따라가노라면 문호리 수능리 수입리를 지나 대성리와 청평댐으로 나아간다. 가을이 깊어지면 그곳엔 여전히 짙은 밤안개가 덮이겠지. 앞을 분간할 수도 없이 짙은 밤의 물안개. 깊은밤의 그길을 왔었지. 그 계절이 와서일까. 그곳은 언제나 지난날의 아픔이다. 며칠전 우연히 북한강에 서서 떠오르는 졸서를 정리해 본것이 위의 시이다. 머지않아 그곳엔 첫눈이 올것이다. 그리고 겨울이 오면 다시 그때처럼 눈이 쌓일 것이다.
노을 꿈, 종말, 존재, 허상, 소슬한, 시한, 슬픔, 고독, 소혹성, 황혼, 추억, 어둠과 벌레소리..등의 단어들이 날줄과 씨줄처럼 짜인 생의 그물속에서 레옹베르트의, 화자의 또는 독자의 엎드려 우는 흐느낌이 들려오는것만 같다. <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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