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어나 저 강을 건너라

해방후 아들의 발병과 기독교와의 만남

Billy Soh 雲 響 2019. 2. 4. 22:59




해방 직후 전국은 혼란에 빠져 있었으나 산골인 남원 내척동의 우리집안은 비교적 평온한 날이 찾아왔다. 농업외엔 다른 산업도 없는 곳이니 그다지 외부의 영향을 받을 만한 일도 없었다. 다만 토지 개혁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지주였던 집안에 흐르고 있었다. 이북에는 공산당이 들어와서 모든 토지와 사유재산을 몰수하여 국유화하고 지주들을 살해하였다는 소문도 흉흉하게 들려 왔다. 아버지는 물론 농사일은 전혀 하실줄 모르니 일꾼들이 하는 일을 그져 바라보시기나 하는것이 일이었다.


그 무렵 우리 집안에는 가문의 성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사건이 일어났다. 아직 어린애였던 아들 용성이 알수 없는 병에 걸린 것이었다. 당시 의료의 수준도 변변치 않았겠지만 그보다도 남원같은 소도시에서는 의사라고 보여봐야 그다지 정확한 진단이나 치료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으니 부모님의 애타는 심정이야 오죽하셨으랴, 금쪽 같은 아들이 숨이 넘어 가듯이 아픈데 손을 쓸수도 없는것보다 안타까운 일이 어디 더 있겠는가. 주변의 모든 분들은 이미 포기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다. 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의료 시술도 다 받아 보았으나 아무런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절망의 한숨도 이젠 더 나오지 않았다.


바로 그때, 어떤 분이 집안으로 들어섰다. "계십니까?" 하고 말씀하시며 들어서신 분은 키가 자그마한 초로의 분이셨다. "나는 읍내에 있는 동북교회의 윤성만 장로라 합니다" 하고 자신을 소개하셨다. "듣자하니 이 집안에 우환이 있다던데.. 큰아들이 많이 아프다구요?" 하고 말씀을 시작하시는 것이었다. 초면에 부모님께서는 좀 어색하시긴 했지만 워낙 아들때문에 절망하고 마음이 약해져 계셨던 터라 혹시 무슨 수나 있나하여 예를 갖춰 인사를 나누었다.


윤장로님은 "여러가지 의술로도 치료할 방법이 없다면 하나님을 믿고 매달려 기도해 보는 것은 어떠실까요? 우리 하나님께서는 못하실일이 없는 분이십니다. 매달려 보십시다." 하고 간절히 권고하시는 것이었다. 생전 가까이 해보지 못한 기독교 신앙이었기메 너무나도 생소하고 여간 멍설여지는 것이 아니었다. 부모님께서는 "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윤장로님께서는 그날은 그냥 돌아가셨다. 그리고 곧이어 며칠후 다시 오셔서 간곡히 권하시는 것이었다. "아무런 다른 방법도 없는데 그냥 이렇게 시간만 끌고 계실 겁니까? 나하고 같이 읍내 교회로 아이를 데리고 가십시다. 목사님께도 말씀 드려서 같이 기도를 받읍시다. 나도 열심을 다해 같이 기도 하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꼭 읍내 교회로 나오세요. 교회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하고 내려 가셨다.


이튿날 아침 부모님께서는 아파서 늘어진 아들을 업고 윤장로님 말씀대로 읍내 교회로 내려 가셨다. 정말 지푸라기라도 붇잡는 심정이셨다. 교회에서는 윤장로님이 말씀해 놓으셨는지 목사님도 같이 기도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계셨다.  기독교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처음 들어와 보는 교회와 모든것이 생소하였지만 아들만 나을 수 있다면 무엇인들 못하랴 하는 심정으로 목사님의 안수 기도를 받기 시작하였다. 진땀을 흘리시는 목사님의 간절한 기도가 계속 되었다.


" 전능하신 하나님, 천지를 지으시고 인간의 모든 생사화복을 주장하시는 하나님. 이 아이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이 꺼져가는 어린 생명을 살려 주십시오. 주의 능력으로 기적을 보여 주십시오, 간절히 매달려 기도 드립니다. 이 가정을 구원해 주시고 이 기적을 통하여 주님께로 돌아오게 해 주십시오. 이 아이를 아프게 하신분도 주님이시요, 낫게 해 주실 분도 주님이십니다. 주님의 뜻이 이 아이의 아픔가운데 계실것입니다. 주님의 뜻을 보여 주십시오 .. .." 끝없이 이어지는 목사님의 기도는 그야말로 전신의 힘과 영혼의 간절함으로 매달리는 안수 기도 이셨다.  목사님의 첫 기도가 끝나고 다시 내동 집으로 올라 오실때 윤성만 장로님께서 다시 동행해 주셨다.


내동집에 도착해서 찬물 한그릇을 드시고 잠시 휴식하신후 이번에는 윤장로님께서 아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하기 시작하셨다. 읍의 목사님 기도 못지않게 간절한 기도셨다. 그리고는 밤에도 부모가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기도하라고 방법을 가르쳐 주시고는 읍내로 귀가 하셨다.


부모님은 처음해보는 기도라 서툴기는 하셨지만 윤장로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밤중에도 두분이 잠을 자지 않고 드리고 낮에도 틈이 나는대로 기도를 드렸다. 오직 자식을 살리고 싶다는 염원밖에는 없었다. 하루 걸러 윤장로님이 올라오셔서 또 같이 기도를 드려 주시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