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lly의 좋아하는 詩

잊었는가 우리가 - 류시화

Billy Soh 雲 響 2015. 1. 7. 23:53

 

체코의 중세도시 체스키 크롬로프의 성채 위에서

 

 

잊었는가 우리가

류시화

 

잊었는가 

우리가 손잡고 나무들 사이를 걸어간

그 저녁의 일을


우리 등 뒤에서

한숨지며 스러지던 그 황혼의 일을


나무에서 나무에게로

우리 사랑의 말 전하던  

그 저녁 새들의 일을

 

잊었는가 

우리가 숨죽이고 앉아서

은자처럼 바라보던 그 강의 일을

 

그 강에 저물던

세상의 불빛들을 잊지 않았겠지

 

밤에 우리를 내려다 보던

큰곰별자리의 일을

그 약속들을

 

별에서 별에게로 은밀한 말 전하던

그 별똥별의 일을

 

곧 추운 날들이 시작되리라.

사랑은 끝나고

사랑의 말이 유행하리라


곧 추운 날들이 와서

별들이 떨어지리라.

별들이 떨어져 심장에 박히리라

 

 

출처 http://cafe.daum.net/c6c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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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가는 기억들, 그것들은 한때 한없이 피어나던 꿈들, 아름다운 오색 무지개처럼 빛나던 것들이었다.

가녀린 깃털처럼 포근 하던 추억들이 메마른 갈대가 되어 잊혀져 가는것은 우리를 슬프게한다. 채워주지 못하는 행복, 마음만으로는 줄수 없는 세상의 차가운 현실은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겨울 창밖에 이름 모를 새한마리 날아와 앙상한 나뭇가지에 머물고 있는 저녁. 외로운 새는 언젠가의 얼어붙는 밤에 따스한 사랑에 쌓여 있었을 것이다. 그 새의 가슴을 감싸주던 한없는 행복의 기억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삶은 대개 우리에겐 슬픔이다. 욕망으로인해 행복은 우리곁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슬픔을 예약하고 소리없이 멍울지는 아픔을 주고는 황급히 멀어져간다. 기억속의 하얀 여백은 밤바람 소리에 점차 희미하다.   

<W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