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blog.daum.net/saranghai77/11697573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김재진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 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져며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뵈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 소릴 챙겨 넣고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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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장인이던 김재진 시인은 어느날 홀연히 직장을 버리고 치유와 위안을 전하는 인터넷 방송을 만들어 명상 음악회를 연출하는 등 자유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인생은 쓸쓸한 것이다. 누구나 누군가가 나를 안아주고 행복하게 해주길 바라지만 그럴 사람은 아무데도 없는 것이다. 인생의 길에 지고 가야할 짐만이 우리의 등엔 무겁다. 지난날에 대한 회상과 추억은 별빛처럼 아름다운 것이지만 그것들이 인생의 허무함을 치유해 줄수는 없다는 것이 시인의 마음이 아닐까.
그러기에 시인은 말한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소릴 챙겨넣고 떠나라고.. 인생의 쓸쓸한 고독으로부터 놓여나는 길은 가슴을 비우는것 외엔 결국 없는것인지도 모른다. 바라는 것도 그리운 것도 그 무엇도 완전히 완전히 놓아 버리지 못하는 댓가로 우리 몸에 둥지를 틈 번뇌와 고통이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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