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cafe.daum.net/pw1009/HVex/3213
프릿츠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슬픔
바이올린 정경화
출처
http://cafe.daum.net/baccus007/13mo/2099
해변의 묘지
폴 발레리
비둘기들이 거니는 이 조용한 지붕이
소나무들 사이, 무덤들 사이에서 요동치고
정오 그곳에서 정의가 불길로부터
항상 새로 시작하는 바다, 바다를 창조하고
오, 사유 후의 보답이여
신들의 고요 위에 이 얼마나 긴 시선인가
가는 섬광들의 그 얼마나 순수한 노력이
미미한 거품의 수많은 다이아를 불태우고,
그 얼마나 아늑한 평화를 품는 듯 한가
심연 위에 태양이 휴식을 취할 때,
영원한 원인의 순수한 작품들,
시간은 반짝이고 꿈은 지식이라.
불변의 보배여, 미네르바의 소박한 신전이여,
고요의 더미여, 눈에 보이는 보유물이여,
슬픈 표정의 물이여,
불꽃의 베일 아래 그 많은 잠을 숨긴 눈이여,
오, 나의 침묵! 영혼 속의 건축물,
허나, 수많은 기와의 금빛 절정, 지붕이여
단 한 번의 한숨으로 단축되는, 시간의 신전이여,
이 순수한 지점에 나는 오르고 익숙해진다,
바닷가의 내 시선에 폭 감싸여
그리고 신들에게 바치는 나의 최상의 제물인 양,
평온한 반짝임은 고지 위에,
극도의 경멸을 뿌려댄다.
제 형태가 무너져가는 어느 입 속에서,
과일의 부재가 더없는 즐거움으로 환생하듯,
과일이 쾌락으로 녹아내리듯,
나는 여기서 미래의 연기를 기쁘게 맛보고,
하늘은 소진된 영혼에 노래를 들려준다,
웅성거리는 바닷가의 변화를.
아름다운 하늘, 참된 하늘이여, 변하는 나를 보라
그 많은 자만 후에, 이상야릇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그 많은 무위 끝에,
나는 이 빛나는 공간에 몸을 맡기고,
내 그림자는 고인들의 집들 위로 지나가며
제 가냘픈 움직임으로 나를 길들인다.
중천의 횃불들에 영혼을 내맡기고,
나는 너를 견디어낸다, 가차 없는
무기를 지닌 빛의 탄복할만한 정의여
나는 네게 깨끗이 너의 첫 자리를 물려준다,
너 자신을 바라보라!...그러나 빛을 돌려주기는
그림자의 서글픈 반쪽을 상상하게 한다.
오 나만을 위해 나에게만 내 안에서,
한 마음 곁에서, 시의 원천에서,
허공과 순수한 사건 사이에서,
나는 내 내면의 고결함의 메아리를 기다린다,
영혼 속에 항상 미래의 공허함을 울리는,
씁쓸하고, 어둡고, 반향 하는 저수통을
너는 아는가, 잎들의 가짜 포로여,
이 앙상한 철책을 갉아먹는 물굽이여,
나의 감긴 눈 위에, 눈부신 비밀들이여,
어떤 육신이 그의 게으른 종말로 나를 끌고 가는가를,
어떤 이마가 그 육신을 이 울퉁불퉁한 땅으로 이끄는가를
한 가닥 섬광이 그곳에서 내 부재를 생각한다.
물질 없는 불길로 가득하고, 갇히고, 거룩한,
빛에 바쳐진 지상의 한 조각,
횃불들이 굽어보는, 이 장소가 내 마음에 든다,
황금과 돌과 침울한 나무들로 이루어진,
수많은 그림자 아래 수많은 대리석이 떨고,
덧없는 꿈들, 호기심 많은 천사들;
우직한 바다가 거기 내 무덤들 위에 잠든다
찬란한 암캐여, 우상 숭배자를 멀리하라
목동의 미소 지닌 고독한 은자인 내가,
신비한 양들을, 내 고요한 무덤의 흰 양떼를,
오래오래 방목하고 있을 때,
조심스런 비둘기들을 멀리하라,
헛된 꿈들을, 호기심 많은 천사들을
이곳에 오면, 미래는 빈둥대고,
정결한 곤충들은 무미건조함을 긁어대고
모두가 불타, 허물어내려, 대기에 흡수되나니
내가 무언지 모를 소박한 향유 되어
부재에 도취한 채, 인생은 드넓고,
또 고통은 감미롭고, 정신은 해맑도다.
숨겨진 고인들은 이 땅속에서 평안하다
그들을 덥혀주고 그들의 신비를 말리는 그곳에서.
드높은 정오, 정지된 정오여
자기 자신 속에서 스스로 사유하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전능의 머리와 완벽한 왕관이여,
네 안의 나는 은밀한 변화.
네 근심들을 제지해주는 자는 오로지 나뿐
내 참회들, 내 의혹들, 내 속박들은
네 위대한 다이아몬드의 흠집이리니
그러나 그들의 대리석에 짓눌려 매우 무거운 밤에,
나무뿌리들을 지닌 모호한 백성이
벌써 서서히 네 방침을 정한다.
그들은 두터운 부재 속에 녹아들었고,
붉은 진흙은 백색 인류를 마셔버렸고,
삶의 선물은 꽃들 속으로 옮아갔으니
그 어느 곳에 고인들의 친근한 문장들,
고유한 예술, 특별한 영혼들이 있단 말인가
눈물어리던 그곳에 구더기가 기어 다닌다.
간지럼 타는 소녀들의 날카로운 비명소리들,
눈, 치아, 젖은 눈까풀들,
불꽃과 희롱하는 매혹적인 유방들,
입술에 응하는 입술에 반짝이는 핏발,
마지막 선물들, 그것들을 감싸는 손가락들,
모두 땅 속으로 들어가 유희 속으로 돌아가나니
그리고 당신, 위대한 영혼이여, 그대는 이제
더 이상 이 거짓의 색채들로 채색되지 않고,
육욕의 눈에, 이곳에서 물결과 금빛이 이룰 꿈을 희망하는가
그대는 그대가 증발할 때도 노래하려는가
자 가버려요! 모두 도망치네! 내 존재는 작은 구멍투성이,
거룩한 조바심 또한 죽어가나니
금빛 검은 수척한 불멸이여,
죽음으로부터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드는,
끔찍스럽게 월계관을 쓴 위안자여,
아름다운 거짓말과 경건한 속임수여
그 누가 모르고, 그 누가 그것들을 거부하랴,
이 텅 빈 해골과 이 영원한 웃음을
깊은 곳에 묻힌 아버지들이여, 텅 빈 머리들이여,
그 많은 삽질의 흙 무게에 짓눌려
흙이 되어 우리들의 발걸음도 분간 못 하는,
진짜 좀먹는 자, 어쩔 도리 없는 구더기란 놈은
단상 위에서 잠들어 있는 당신을 위해 있지 않아,
그는 생명을 먹고 살고, 내 곁을 떠나지 않네
자기애일까 혹은 내 자신에 대한 증오심일까
구더기의 비밀스런 이빨이 내게 아주 가까이 있어
그 어떤 이름이라도 그에게 어울릴 수 있으리
상관없어! 그는 보고, 원하고, 꿈꾸고, 만지네
내 살을 그가 좋아해, 나는 침상에서까지
이 생명체에 소속되어 살아가는걸
제논! 잔인한 제논! 엘레아의 제논이여
너는 바르르 떨며, 날면서도 또 날지 않은,
이 날개 돋친 화살로 나를 관통하였는가
그 소리는 나를 태어나게 하고 화살은 나를 죽이나니
아! 태양이여... 이 무슨 거북이 그림자인가
영혼을 위하여, 큰 걸음에도 꼼짝 않는 아킬레스
아니, 아니!... 일어섯! 연이어 오는 시대 속에
바셔라, 내 육체여, 이 생각하는 형체를
마셔라! 내 가슴이여! 바람의 탄생을
바다에서 발산한 신선한 기운이 내게,
내 영혼을 되돌려준다... 오 짭짤한 위력이여
파도로 달려가 거기서 힘차게 다시 솟구치자.
그래! 광란을 타고난 위대한 바다여,
태양의 무수한 우상들로 구멍 난,
그리스 망토와 표범의 가죽이여,
침묵과 흡사한 소란 속에서,
반짝이는 네 꼬리를 다시 깨물며,
네 푸른 살에 도취해 날뛰는, 절대적 히드라여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세찬 바람은 내 책을 여닫고,
파도는 분말로 바위에서 마구 솟구치나니
날아라, 온통 눈부신 책장들이여
부숴라, 파도여, 뛰노는 물살로 부숴버려라
삼각돛들이 모이 쪼던 이 조용한 지붕을
~~~~~~~~~~~~~~~~~~~~~~~~~~~~~~~~~~~~~~~~~~~~~~~~~~
20세기 전반 유럽을 대표하는 최고의 지성, 프랑스의 시인, 사상가, 평론가 폴 발레리(Paul Valery)는 1871년 10월 30일 남프랑스의 항구도시 세트에서 출생하였다. 그는 필생의 친구 앙드레 지드와 사귀며, 스승 스테판 말라르메 밑에서 상징시를 배웠다. 1894년부터 죽을 때까지 새벽에 일어나 저술한 '공책'은 3만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거작이며 그의 가장 중요한 작품이다.
'해변의 묘지'는 1922년 발표된 그의 시집 '매혹'에 수록된 시이다. 그의 상징시들은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읽으며 음미하며 그의 번민과 사상의 세계를 탐구해볼 수 밖에 없다. 위의 시 마지막 부분에 "바람이 분다. 살아야겟다' 와 같은 귀절을 통하여 그의 삶을 향한 통찰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1945년 7월 20일 그가 작고하자 당시의 드골 정부는 국장으로 장례를 수행하고 그를 고향의 '해변의 묘지'에 안장하였다. <운향>
'★ Billy의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靜夜思 / 고요한 밤의 상념- 이백 (0) | 2014.10.26 |
---|---|
9월 - 헤르만 헤세 (0) | 2014.09.09 |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0) | 2014.03.11 |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고 있나요 2 - 심성보 (0) | 2014.01.20 |
세모 2013 (0) | 2013.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