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blog.daum.net/dibae4u/13405972
靜夜思 (고요한 밤의 상념)
李白
牀前明月光 (상전명월관)
밝은 달빛이 침상의 머리맡을 비추니
疑是地上霜 (의시지상상)
마치 땅위에 하얗게 내린 서리인 듯 하구나
擧頭望月山 (거두망월산)
문득 고개 들어 밝은 달을 바라보니
低頭思故鄕 (저두사고향)
고개 숙인 마음속엔 온통 고향생각 뿐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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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서울의 아파트촌에서 자연의 정서는 아주 멀리있는 느낌이다. 달빛은 시멘트 빌딩에 그 빛을
잃어버리고 별빛은 도시의 휘황한 네온빛에 밀려 깜박일 힘도 없이 사라져 간다. 가을밤 가로등 불빛이 페이브먼트의 그림자가 되어 바람속에 일렁일때 그보다 더 깊은 우수는 없을 것이다. 흩어지고 잃어버린다는것은 근원적인 쓸쓸함이자만 젊은 시절엔 그 우수를 그다지 실감하지 않고 그저 전방만을 응시하며 직진으로 달려 나갔었다. 잡을수 없는 시간속에 인생의 가을도 깊어간다고 느낄때 도시에서의 가을밤은 무어라 말 할 수 없는 메마른 쓸쓸함이다.
하지만 전원에서 바라보는 달빛은 해맑고 투명한 느낌으로 떨린다. 세상은 고요하고 멀리서 개짓는 소리만이 적막속에 가끔 들려올뿐 마음은 아주 차분히 가라앉는다. 서쪽의 검은 산그림자 속으로 달이 지고나면 숨어있던 별들이 살아나오니 하늘은 더 풍성해진다. 도시에서 오랜 세월동안 잊어버렸던 별빛이 가슴가득히 쏟아지는 것이다. 여름이면 북두칠성을 바라보며 어린시절의 고향풍경이 어제처럼 떠오르고 겨울이면 오리온좌와 장 드 밀랑을 바라보며 틴에이저 시절의 설레임으로 돌아가니 전원에서는 가을밤의 이슬과 함께 마음도 촉촉한 정감에 젖는 것이다.
이백은 지금의 쓰촨성 창밍현, 당시의 촉나라에서 태어났다. 스물다섯에 고향을 떠나 천하를 배회하며 문사들과 교류하였으나 정작 그는 정치적 야망과 출세욕을 품고 정치인들에게도 접근했으며 병사가 되기도하고 협객 즉 조폭들과 교류하기도 했었던 인물이다. 역사의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가 야망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기 때문에 천수가 넘는 그의 한시들이 오늘날까지도 전해지며 중국 문학사에 금자탑을 이루었던 것이다. 산 강 바다 호수 달 바람 별 술 등 자연의 소재는 물론 병사들이나 고향의 소재나 친우등 무궁무진한 소재들을 아름다운 시심으로 승화 시켰던 것이니, 이는 그가 꿈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과 실망속에서 천하를 주유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 인생이 짧다해도 그속에서 벌어지는 만남과 별리의 전개는 얼마나 오묘한 것인가. 인간의 눈으로는 해독할 수 없는 암호문같은 것이 인생이다.
<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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