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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뜨기 전에
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
저문 바닷가에 홀로
사랑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
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
어느 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
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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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이 짙어 검푸른 여름산들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두려운 강열함이다. 계절의 흐름을 누군들 거스를수 있을까.
빠르게 흐르던 먹구름, 산너머서 들려오던 뇌성 소리, 모든것을 쓸어가며 흐르던 냇물도 기우는 태양의 각도에 따라
그 빛과 소리가 어느틈에 부드럽게 변해간다. 거친 광야를 굽힘없이 달리던 야망이 한여름밤의 꿈이되어 이별의
손짓을 흔든다.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 뜨겁게 타오르던 여름날의 그리움과 사랑도 아쉬운 석별의 발자국만을 남기고
희미한 밤안개 속으로 사라져 간다.
신뢰와 존경의 교감을 나누며 오랜동안 삶의 동방향을 바라보고 지내온 사람들과의 인연이 사그러지는 모닥불처럼
첫정의 빛을 잃어 갈때 나는 그 서글픔에 젖어 다른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도 덩달아 두려워 지기만 한다. 두꺼운
고독의 껍질을 스스로 뒤집어 쓰고 차라리 낯선 타인들과의 지나치는 한담속에서 오히려 위로를 받는 것인지도 모른
다. 모르는 사람은 부담이 없어서 좋다. 누군가와 정을 공유하는 것처럼 불확실한 모험은 없다. 근접을 자제하고 극히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불특정 다수자와 스치듯 나누는 관계처럼 편안한것은 없을 것이다.
죽도록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어찌 이별이 오지 않으랴. 삶의 모든것을 남김없이 송두리채 나누며 세상의
종말을 맞는 것이 차라리 쉽다며 영원을 맹세하던 사랑의 손가락도 때가 이르면 상상도 못했던 하찮은 순간이
계기가되어 멀어져간다. 굳이 멀어질려고 생각지도 않았는데 보내려고 의식했던 적도 없는데 누구에게나 이별은
그렇게 밤이슬에 옷이 젖듯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다가와 버리고 마는것이다. 아무리 바위처럼 쌓인 내공이라해도
그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는 것이 인생이다.
바라보는 하늘에 밤비람이 지나간다. 구름사이로 이름 모르는 별빛이 반짝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져 버린다.
어둠 속에서 나무들이 몸부림 친다. 나무들도 고독과 사랑과 쓸쓸함과 이별과 고뇌와 외로움과 회한을 견디기 어려워
저 밤바람에 몸을 맡기나 보다.
<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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