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lly의 좋아하는 詩

연 - 신언련

Billy Soh 雲 響 2013. 11. 15. 10:29

츨처  http://cafe.daum.net/daum1000
 

신 언 련

 

살대를 붙이기 전
너는 한 장의 창호지였다.
     꼬리를 달기 전엔
     도리뱅이를 자주 치던
     말썽꾸러기.

 

십일월의 하늘에
     팔팔팔 살아 올라
     비로소 너는
     눈을 뜬 
     한 생명으로 태어난다.

 

메마른 들녘이나
     날멩이에
     아이들 목소리를 띄워 놓고
     반짝반짝 날개를 돋우며
     문풍지 소리로 우는
     새야

 

언제나
     목소리가,
     맑은 아이들 목소리가
     꼬리 끝에 따라 올라
     너는 그리도 좋아서
     우쭐우쭐 신이 나나 부지?

 

팔팔팔팔
     기운차게 날 땐
     하늘은 온통
     너의 것

 

아이들은 멀리멀리
     너를 띄워 보내며
     그리운 하늘 소식을
     묻는다

 

훨훨
     구름 속까지도 날아보고
     더 높이 더 높이
     날다가

 

한 장
     파아란 하늘이 되어
     내려오는 새야.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신언련 시인은 1980년 소년중앙 문학상과 1981년 동아일보 신춘 문예에 위의

    시 '연'이 당선 되며 등단하였다. 전주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전주 중앙초등학교

    등에서 40여년간 재직하며 '문풍지 소리로 우는 새야', '떠나지 못하는 기차',

    '새벽 4시반', '별빛 베고 눕는 밤엔', '조개를 캐는 사람들' 등 다섯권의 시집을

    발표하였다.

     

    신언련 시인이 정제해낸 시어들은 언제나 밤하늘에 흔들리는 별빛처럼

    꾸밈도 없이 소박하고 아름다운 보석들이다. 재물과 권세의 양이 척도가

     되는 세상에서 그 세속적 가치관을 씻어내는 첫 새벽의 차가운 샘물이다.

     

    시인은 높이 나는 연을 새처럼 느꼈을까. 구름 속까지 날아보고 싶은 한없는 어린이

    들의 꿈처럼 보였을까. 그 티없이 상큼한 시심들은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잃어버린 동심의 나라로 들어가게하는 문이다. 모두가 그렇게 공감하는지 매년

    시 낭송대회에선 시인의 '연'이 자주 선정 되고 있다.

    (시인은 나의 형수님 되신다.)  

    <운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