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lly Soh 의 글,생각,의견

경쟁과 평가 (1)

Billy Soh 雲 響 2012. 2. 17. 00:39

불가에서는 이생의 세계를 사바라 하고 삶은 고해를 건너가는 것이라 한다. 기독교에서는 세상을 떠나는 것을 수고의 무거운 짐을 다 내려놓고 고통과 걱정이 없는 천국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무거운 질고였으면 살아있는 인간의 영혼에 평화를 주기 위하여 그러한 성현의 말씀으로 현생의 삶을 위로하고 있는 것일까.

 

인간이 출현한 이래 경쟁과 평가의 쓰라린 고통으로 부터 벗어나 본 사람은 없었으리라. 구석기 신석기 시대에도 사냥을 잘하고 부족의 부양에 많은 공헌을 하는 사람이 추앙받고 촌장이나 지도자가 되었을 것이다. 더더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빈부의 차이, 권력의 차이, 명예의 차이가 갈라지니 삶의 경쟁은 이미 유치원부터 시작 되는 것이 오늘의 세태이다.

 

전제주의나 왕정, 사회주의, 공산주의 등 많은 사회 형태가 역사적으로 실험되었지만 셀 수 없는 비참한 전쟁과 인명이 희생되는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야 이제는 지구상에서 소멸의 과정을 밟고 있다. 그렇다고 자본주의나 민주주의가 결격사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소득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부 세습의 개연성마저 확대되고 있으며 이것이 사회 불안의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민주주의 다수결이 잘못 선택한 결과로 인해 심각한 사회적 비용의 대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 또한 작금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남아있는 제도는 경쟁과 평가를 인정하는 자본주의요 민주주의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모든 교육기관의 학생들은 정기적으로 시험을 치루며 그 결과의 석차에 따라 인생의 진로가 갈라지는 것이 어린 시절부터 겪는 피할 수 없는 쓰라린 현실이다. 교육과정을 마치고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또한 극심한 경쟁이니 대학에 들어가면 1학년 때부터 이미 취직에 적합한 자신의 스펙 확대를 위해 머리를 짜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어렵게 취직을 하면 또 어떻게 되는가. 매년 자신이 달성할 수량적 목표와 질적 목표를 설정하여야한다.

 

이 연간 목표는 상사와 협의하여 우선 그 설정의 적극성과 달성 가능성을 승인 받아야 한다. 대개의 경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는 온몸과 머리를 다 짜내 몸부림치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는 선에서 최종 설정된다. 일단 설정된 연간 목표는 다시 분기별로 브레익 다운 되어 업무를 진행한다. 3개월의 분기가 끝나면 다시 상사와 일대일 미팅을 통해 목표 달성 정도를 ABCDE의 5단계로 평가받게 된다. 이렇게 1년 4개 분기를 평가한 후에는 종합 1년간 평가를 받게 되고 그 결과는 연봉인상, 진급 등의 가장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그러나 이것만이라면 조직 생활도 그런대로 할 만할 것이다. 언제나 견딜 수 없이 평가하는 상사나 평가받는 직원이 살벌하고 괴로운 것은 그 다음의 과정이다. 10명의 직원이 있는 조직인데 모두가 자기 목표를 달성한 사람들이라 하자. 그러나 정말로 구분하기 어려운 그 미세한 달성도의 변별력을 구사하여 1등부터 10등까지 등위를 결정하여야 하고 상사는 직원에게 그 등위의 근거를 설명해 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1명은 A급, 2명은 B급, 4명은 C급, 2명은 D급, 1명은 E급의 평가를 하고 받아야 하는 살벌한 전체적인 평가 규정에 묶여있는 것이다. 그러니 10명 모두 자신의 근무 목표를 100%이상 달성했다하더라도 최하위 1명은 120% 130%로 초과 달성한 동료에 의해 최하위로 평가받고 연봉과 진급에서 불이익을 받으며 그것이 두 번 정도만 계속돼도 조직에서 소위 찍혀서 조직을 떠날 수밖에 없는 입장에 처하게 되는 것을 보는 일은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이렇게 면도날 위를 걷는 것처럼 곡예비행을 하는 삶이다. 물론 이런 조직생활이 싫다면 골목안에서 구멍가게를 하거나 욕심과 욕망을 버리고 산속에 들어가 자연과 함께 살거나 그때그때 세끼 식사를 해결하며 사는 것이 살기에는 더 편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어떤 형태로 어떤 수준의 삶을 살것인가의 선택은 모든 사람 자신의 몫이다.               <운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