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lly의 좋아하는 詩

여름의 이별 / 이 가을에 만나야 할 사람 - 윤예주

Billy Soh 雲 響 2011. 8. 22. 18:31

출처 http://cafe.daum.net/tops 

 

  
Sunset 석양 / 트럼펫 김 인 배

  출처 http://cafe.daum.net/Scourt/oaT4/484 

        여름의 이별 

        시샘하듯
        가냘프게 깨어나
        
온 세상 초록 물들이고
        바쁜 몸짓으로 달려온 나날들...

    거세진 잎들도
    결실 머금은 초목도
    스치는 바람결 매미 울음 끝으로

    작은 잎새마다
    오색 마술을 준비하며
    소리 없는 반항을 펼치려 한다.

    장엄한 태양과
    불벼락 뙤약볕 속
    성숙의 절정에서

    움트는 고운 물들임처럼
    그렇게
    가을엔 나만의 사랑을 준비하련다.

    붉은 노을보다 더 아름답고
    오색 마술보다 더 화려하고
    빨간 고추잠자리 날개보다 더 섬세하고

    들녘 지천 널린 풍요로움 잰
    허수아비 두 팔 벌림보다 더 넓은
    그런 사랑을 준비하련다.

    부족해야
    한결 넉넉한 여유는
    마음 한켠에 남겨두고

    아심등허공(我心等虛空)
    이라 하였으니
    텅 비운 마음으로

    넘쳐나지 않을 정도로만
    가득 채울 수 있는
    나만의 가을 사랑을 준비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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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가을에 만나야 할 사람 

          윤 예 주

              당신과 나는
              이 가을에
              만나야 할 사람

              가슴 속
              뜨거웠던 여름 날은
              싱그러운 풀잎으로 묻어 두고

              하늘 푸르고
              뭉게구름 피어 오르는
              시원한 가슴 속에 묻어 둔

              붉은 단풍잎을
              펼쳐 내어
              세월 가도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 꽃을
              피우기 위해
              물안개 날으는 양지바른

              언덕 토담집에서
              당신과
              나는 만나야 할 사람


              당신과 나는
              울긋불긋한 단풍잎이 지기 전에
              만나야 할 사람

              가슴깊이 뜨거웠던 여름날은
              향기로운 꽃잎으로 묻어 두고
              해 지는 언덕 풀 섶에서

              구슬피 울어 대는
              풀벌레 소리 들으며
              가을햇살 안고 있는 토담집에서

              못다 이룬 꿈들로
              불을 지펴 놓고
              도란도란 못다 한

              이야기 꽃을
              피우기 위해
              당신과 나는 만나야 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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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예주 시인은  전남 여수경찰서 정보과장, 광주 북부경찰서 보안과장 등을 거친 경찰 시인이다. 그가 날카로운 업무의 전선에서 평생을 지내며 어떻게 위와 같이 아름다운 시어들을 닦아 낼 수 있었는지 경이로움과 함께 존경의 마음이 솟는다.

     

    물론 윤 과장은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했고 학창시절에도 문예부 활동을 하면서 시인의 길을 꿈꿨다고 한다. 그의 운명은 그를 경찰의 길로 인도하였지만 타고난 그의 재능은 우러나는 시심을 더 이상 멈추게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다시 시를 쓰기 시작했고 98년 월간 `한국시'와 계간 `문예운동'을 통해 등단하여 어릴 적 꿈을 이루었다. 윤 과장은 현재 한국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름의 끝자락이 오늘도 뭉게 구름을 피워 올리고 머언 뇌성이 되어 돌아 오기도 한다. 하지만 엄청난 비에 젖고 쏟아지는 햇빛아래 불타던 여름도 어느덧 천천히 그 옷깃을 여미는 소리가 들린다. 멀리서 다가오는 가을을 위해 그 자리를 비워 주려는 준비를 하고있나 보다.                                          <운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