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샘하듯
가냘프게 깨어나
온 세상 초록 물들이고
바쁜 몸짓으로 달려온 나날들...
- 거세진 잎들도
결실 머금은 초목도
스치는 바람결 매미 울음 끝으로
작은 잎새마다
오색 마술을 준비하며
소리 없는 반항을 펼치려 한다.
장엄한 태양과
불벼락 뙤약볕 속
성숙의 절정에서
움트는 고운 물들임처럼
그렇게
가을엔 나만의 사랑을 준비하련다.
붉은 노을보다 더 아름답고
오색 마술보다 더 화려하고
빨간 고추잠자리 날개보다 더 섬세하고
들녘 지천 널린 풍요로움 잰
허수아비 두 팔 벌림보다 더 넓은
그런 사랑을 준비하련다.
부족해야
한결 넉넉한 여유는
마음 한켠에 남겨두고
아심등허공(我心等虛空)
이라 하였으니
텅 비운 마음으로
넘쳐나지 않을 정도로만
가득 채울 수 있는
나만의 가을 사랑을 준비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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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에 만나야 할 사람
윤 예 주
당신과 나는
이 가을에
만나야 할 사람
가슴 속
뜨거웠던 여름 날은
싱그러운 풀잎으로 묻어 두고
하늘 푸르고
뭉게구름 피어 오르는
시원한 가슴 속에 묻어 둔
붉은 단풍잎을
펼쳐 내어
세월 가도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 꽃을
피우기 위해
물안개 날으는 양지바른
언덕 토담집에서
당신과
나는 만나야 할 사람
당신과 나는
울긋불긋한 단풍잎이 지기 전에
만나야 할 사람
가슴깊이 뜨거웠던 여름날은
향기로운 꽃잎으로 묻어 두고
해 지는 언덕 풀 섶에서
구슬피 울어 대는
풀벌레 소리 들으며
가을햇살 안고 있는 토담집에서
못다 이룬 꿈들로
불을 지펴 놓고
도란도란 못다 한
이야기 꽃을
피우기 위해
당신과 나는 만나야 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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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예주 시인은 전남 여수경찰서 정보과장, 광주 북부경찰서 보안과장 등을 거친 경찰 시인이다. 그가 날카로운 업무의 전선에서 평생을 지내며 어떻게 위와 같이 아름다운 시어들을 닦아 낼 수 있었는지 경이로움과 함께 존경의 마음이 솟는다.
물론 윤 과장은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했고 학창시절에도 문예부 활동을 하면서 시인의 길을 꿈꿨다고 한다. 그의 운명은 그를 경찰의 길로 인도하였지만 타고난 그의 재능은 우러나는 시심을 더 이상 멈추게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다시 시를 쓰기 시작했고 98년 월간 `한국시'와 계간 `문예운동'을 통해 등단하여 어릴 적 꿈을 이루었다. 윤 과장은 현재 한국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름의 끝자락이 오늘도 뭉게 구름을 피워 올리고 머언 뇌성이 되어 돌아 오기도 한다. 하지만 엄청난 비에 젖고 쏟아지는 햇빛아래 불타던 여름도 어느덧 천천히 그 옷깃을 여미는 소리가 들린다. 멀리서 다가오는 가을을 위해 그 자리를 비워 주려는 준비를 하고있나 보다. <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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