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lly의 좋아하는 詩

도 봉 - [박두진]

Billy Soh 雲 響 2008. 5. 6. 15:13

 

  도  봉(道峯)

 

                                     박두진

 

산새도 날아와

우짖지 않고

 

구름도 떠 가곤

오지 않는다

 

인적 끊인 곳

홀로 앉은

가을 산의 어스름

 

호오이 호오이 소리 높여

나는 누구도 없이 불러 보나

 

울림은 헛되이

먼 골 골을 되돌아올 뿐

 

산그늘 길게 늘이며

붉게 해는 넘어가고

 

황혼과 함께

이어 별과 밤은 오리니

 

삶은 오직 갈수록 쓸쓸하고

사랑은 한갓 괴로울 뿐

 

그대 위하여 나는 이제도

긴 밤과 슬픔을 갖거니와

 

이 밤을 그대는, 나도 모르는

어느 마을에서 쉬느뇨

 

 

박두진님은 1916년 10월 경기 안성에서 출생하여 1998년 9월 16일 서울에서 작고하였다. 박목월, 조지훈님과 함께 청록파 시인이며 1946년 청록집 (靑鹿集〉이라는 공동시집을 펴냈다. 여기에 실린 그의 시들은 질식할 듯한 일제 말기의 절망적 현실 속에서도 자연에 친화력을 느끼며 살아가는 인간의 종교적 기다림을 노래한 것이다. 1949년에 개인시집으로는 첫번째인 〈해〉를 펴냈다. 이 시들은 자연의 순수한 생명력과 교감하면서 생기는 인간의 자연에 대한 친화력을 부드러운 산문 형식에 담아낸 것이다. 위의시 '도봉'에서 시인은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한걸음 물러선 자리, 바로 그곳에서 고독한 존재로 살아 갈 수 밖에 없는 자신을 노래 하였다.

한편 그는 6·25전쟁, 4·19의거, 또한 1970년대 이후 암흑기를 거치며 시인의 현실참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였으며,  10월유신과 광주 민주화 운동의 현대 격동기에는 자연과 신앙의 심미적 절대화에 머물지 않고 시인이 지켜야 할 자세와 비판정신을 보여주었다.

시인 박두진 (1916-1998) 님의 모습

'★ Billy의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 모 - [조지훈]  (0) 2008.05.06
초원의 빛 - 윌리엄 워즈워드  (0) 2008.05.06
낙 화 - [이형기]  (0) 2008.05.06
향 수 - [정지용]  (0) 2008.05.06
모란동백 - [이제하]  (0) 2008.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