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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야 독좌 (雪夜獨坐) (눈 오는 밤 홀로 앉아) - 김수항

Billy Soh 雲 響 2020. 2. 15. 14:36

설야 독좌   (雪夜獨坐)  (눈 오는 밤 홀로 앉아)

                                                              김수항

 

파옥량풍입(破屋凉風入다 부서진 집에 차가운 바람 들이치고

공정백설퇴(空庭白雪堆비어 있는 뜰에 흰 눈이 내려 쌓이네

수심여등화(愁心與燈火쓸쓸한 이 내 마음은 저 등불과 같아

차야공성회(此夜共成灰)  이 한 밤에 더불어서 재가 되어버리네


김수항 초상


'설야독좌(雪夜獨坐)'조선 현종 때의 문신이며 안동김씨 문중인 김수항의 시이. 그는 노년에 진도로 유배되어 갔다가 현지에서 사사되었는데 시에 흐르는 쓸쓸한 여운이 유배 당시의 고독한 생활을 연상케 한. 1구와 2구는 눈 오는 자연의 풍경을 읊고 있고, 3구와 4구는 쓸쓸한 시인의 마음을 자연에 비유해 응답하고 있다. 방안의 심지가 타 들어가는 등불처럼 홀로 깨어 앉아 있는 시인의 마음 또한 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조 7년에 태어나 인조 24년(1646년) 병술년 18살 때 반시에 수석으로 합격하였고, 1651년의 성균관 알성문과에 23세 김수항은 장원으로 합격하였다. 1654년 효종대에 문신 정시에 5등으로 합격하여 사간원 정언, 이조정랑, 홍문관 응교, 사간원 대사간, 이조참의 등 요직을 두루 역임 하였다. 정치적으로는 서인에 속하였으나 숙종 15년 (1689년) 기사환국때 정권을 잡은 남인의 탄핵으로 관직이 삭탈되고 3월 21일 진도로 유배 되었다가 같은해 4월 9일 환갑을 물과 넉달 앞두고 사사되었다.


절의로 이름 높던 김상헌의 손자로 가학을 계승했으며 김장생의 문인인 송시열·송준길과 교유하였다. 특히 송시열이 가장 아끼던 후배로서 한 때 사림의 종주로 추대되었다. 그러나 서인이 노론과 소론으로 분열할 때 송시열을 옹호하고 외척과 가까운 노론의 영수가 되자, 소론 명류들에게 배척을 받기도 하였다. 시문에 뛰어났고, 변려문에서는 당대의 제일인자로 손꼽혔다. 또한 가풍을 이은 필법이 단아해 전서와 해서·초서에 모두 능하였다. 명문 안동김씨로서 22대 정조대왕 사후 세도정치의 문을 열었던 김조순은 그의 자손이다.


수백년 조선시대사를 거슬러 올라가봐도 살육의 당쟁은 변함이 없다. 그 유전자를 타고난 현대인들인데 그 무슨 변화가 있겠는가. 참수하고 청산가리로 사사하고 죽이지 않고 그져 감옥에 쳐넣어 목숨은 살려놓고 있는 현대가 그나마 다행인지도 모른다. 거기에 세계 유일의 비극적 전쟁을 겪은 분단국이다.  좌우로 나뉘어져 싸우는 이 세월이 얼마나 더 흘러야 평화가 올까 ..    <운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