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 Yeux Noirs(검은 눈동자)
겨울 편지
박세현
첫눈을 맞으며
세상의 나이를 잊으며
저벅저벅 당신에게 걸어가
기다림의 사립문을 밀고 싶습니다
겨울밤 늦은 식사를 들고 있을 당신에게
모자를 벗고 정중히 인사하고 싶습니다
우리들 해묵은 안부 사이에
때처럼 곱게 낀 감정의 성에를
당신의 잔기침 곁에 앉아 녹이고 싶습니다
부당하게 잊혀졌던 세월에 관해
그 세월의 안타까운 두께에 관해
당신의 속상한 침묵에 관해
이제 무엇이든 너그러운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첫눈을 맞으며
세상의 나이를 잊으며
저벅저벅 당신에게 걸어가
당신의 바람벽에 등불을 걸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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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듯한 아픔으로 이 겨울을 지냈다. 벌써 오늘부터 설날 연휴가 시작되고 내일 아침은 설날이다. 설레던 어린시절의 철없던 행복은 돌아올수 없겠지만 조그마한 소시민의 줄거움마져도 느끼기 어려운 가혹의 계절이다.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언제나 이고비를 넘기고 이곳이 아닌 낯선 곳에 나를 내려 놓고 멍하니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을까.
따뜻한 남쪽 나라가 아니어도 좋다. 얼어붙은 북국이라도 좋을것이다. 육신이 느끼는 그까짓 온도야 대수로운 것이랴.인생의 결과물들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견딜 수 없는 아픔에 비하면 물리적 온도란 아무것도 아니다. 어떻게든 이 험한 세월을 넘기고 나면 나는 떠날 것이다.
나를 키워준 이 조국도 이제는 조국이 아니다. 나를 성장케해준 이 조국에 그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작은 보답이라도 해보자고 다짐하며 제2의 인생을 살아왔지만 이제는 그 모든 애착도 사라져 버렸다. 등을 떠미는 이 험악한 무리들에 밀리고 시달려 하루속히 사라지고 싶은 마음뿐이다. 권불십년이요. 화무십일홍이요. 메뚜기는 한철이요 그철 지나면 죽음이 온다. <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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