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에서
정태춘
1.저 어둔 밤하늘에 가득 덮힌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리를 짙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강에
홀로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빈 거리를 생각하오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
2.짙은 안개 속으로 새벽강은 흐르고
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손을 담그고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리를 들으려 했소
강물 속으론 또 강물이 흐르고
내 맘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치며 흘러가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오
3.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곁에 오래 머물때
우리 이젠 새벽강을 보러 떠나오
강으로 되돌아 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소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거요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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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은 1954년 경기도 평택군 팽성면 도두리에서 태어났다. 평택초등학교 5학년때 미군부대를 다니던 큰 매형이 기타를 구해와 어린 시절부터 기타를 가지고 놀았다 한다. 악보를 몰라도 한 번 들은 노래는 곧바로 연주를 할 만큼 타고난 음악성은 주목을 받았다. 평택중학교에 입학하자 그의 음악성을 눈여겨보았던 넷째 형의 권유로 현악반에 들어가 바이올린을 배우고 매형 집에서 클래식 음반을 들으면서 음악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어느덧 들판의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이다. 세월의 흐름을 느낄때마다 마음은 허전해지고 결실없는 계절 앞에서 초라해지는 나의 손에 거두어 들일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릴없이 여름동안 멋대로 자라난 나무 가지들을 다듬으며 가슴에 젖어드는 정태춘의 노래를 듣는다. 삶이 언제나 공허하고 채워지지 못하는 것은 사그러들지 않는 욕망을 내려 놓지 못함일 터이다. 근면한 최선을 다하지 못한 후회는 들길을 걷는 마음을 더욱 쓸쓸하게 한다. 말라가는 풀잎들이 발길에 채인다. 현실은 언제나 메마르고 지나간날들이 너무나 그리워지는 계절 목하 가을이다. <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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