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lly의 좋아하는 詩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Billy Soh 雲 響 2016. 12. 13. 22:34

 

     출처  http://cafe.daum.net/sun4705/RYHe/1488?q=%B3%D7%B0%A1%20%B1%D7%B8%AE%BF%EC%B8%E9%20%B3%AA%B4%C2%20%BF%EF%BE%FA%B4%D9%20%B0%ED%C1%A4%C8%F1%20-%C1%A6%B3%EB%BA%F1%BE%C6%20%BD%C3%B3%B6%BC%DB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때까지
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달력 속에서 뚝, 뚝,
꽃잎 떨어지는 날이면
바람은 너의 숨결을 몰고와
측백의 어린 가지를 키웠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자라오르고
무심히 저무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이면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수없는 나날이 셔터 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꿈의 현상소에 당도했을 때
오오 그러나 너는
그 어느 곳에서도 부재중이었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허공중에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또 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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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시인


시인 고정희는1948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1991년 6월 9일 지리산에서 계곡 물에 휩쓸려 타계하였다.

1975년 '현대문학' 을 통해 등단하였으며 1983년 대한민국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녀는 유작시에서 이미 “오 하느님, 죽음은 단숨에 이슬처럼 사라져 푸른 강물에 섞였으면” 하고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였던듯하다. 그녀가 토해낸 시편들은 모두 인간에 대한 깊은 자애와 눈물이 배어 있으며 세상에 대한 숨길 수 없는 연민과 자기 초월의 의지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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