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lly의 좋아하는 詩

행복 - 청마 유치환

Billy Soh 雲 響 2016. 2. 12. 10:28



동부독일 2013 - 운향


Anna's theme

 

출처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09&articleId=608727





행 복

청마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에게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청마 유치환은 시인 이영도에게 2천여통의 연서를 보내 지고한 정신적 사랑을 표현하였던 시인으로 유명하다. 감상적이고 애상적인 이 시는 진정한 행복의 가치는 사랑을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있다는 진리를 통해 지극히 순결한 사랑을 보여 주고 있다. 청마는 이 시를 통해 이기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만연한 현실에서 먼저 사랑을 베풀기를 꺼리는 그릇된 풍조에 경종을 울리고, 사랑하는 것의 소중함과 행복의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유치환의 님은 언제나 먼 거리에 놓여 있으며 간절한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따라서 그의 영혼의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그리움의 노래는 돌아갈 수 없고 닿을 수 없는 현실적 굴레 속에서 비로소 싹을 틔우는 애절한 사랑의 노래이다. 하지만 시인은 사랑의 결핍과 부재가 현실의 불행과 아픔이 아닌, 그래도 사랑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결론에 다다르는 것이다.


북한의 4차핵실험에 이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의 발사로 나라가 불안과 혼란에 쌓여있고 마지막 남북 관계의 연결 고리였던 개성 공단마져 폐쇄 되었으며 모든 남측 인원은 어제 오후 추방 당하였다. 경제는 날로 어려워지고 사회 모든 분위기는 위축되어있다. 나자신 어려움을 겪은 최근의 일들에 마음이 가라앉아 생활의 의욕을 잃어버린 며칠이었다. 쓸쓸한 스스로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었을까. 따뜻한 청마의 행복을 생각하였던것 같다. 삶은 파도와 같은것. 선악과 행 불행은 언제나 파도 처럼 다가 오지만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것은 온전히 살아가는 자의 몫 아니던가.                   <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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