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2년 임진왜란으로 국토가 잿더미로 변하기 전, 조선의 조정은 황윤길과 김성일을 왜국에 파견하였다.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인간됨을 파악하고 과연 조선을 침략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그 두사람의 의견은 정반대로 엇갈려 정당한 의사결정을 회피하였으며 오로지 진영의 투쟁에만 함몰될 뿐이었다. 그 결과는 피눈물 나는 왜란으로 이어져 전 강토는 그야 말로 산지 일부를 제외하고는 완전한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던 것이다.
일제 36년의 강점이 끝난 혼란의 해방공간에서 남북한의 대결이 점차 심해져 갈때 존경하는 김구 주석께서는 민족이 하나돼야 한다며 김일성을 만나러 평양에 가셨다가 호된 대우만 겪고 빈손으로 내려 오셨다. 훌륭한 민족주의자셨지만 공산주의의 냉혹하고 비정한 사상을 모르셨거나 스스로 애써 외면 회피하셨을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승만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자유 민주주의 정권을 세운것은 공로였지만 공산주의의 잔혹한 전략을 회피하거나 보지 못함으로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6.25한국 전쟁을 맞아 강토는 짓밟히고 시산 혈하를 겪었던 것이다.
북한의 정권은 김일성 시기와 김정일 그리고 3대 세습의 김정은 정권에 이르기까지 수십만의 그들의 소위 인민이 굶어죽고 얼어죽는 극한 고통 속에서도 한가지 철통 불변의 전략만은 목숨이 끊어져도 고수해 왔다. 그것이 그들의 핵보유 전략이다. 이제 그들은 갖은 국제적인 압박과 규제 수단에도 굴하지 않고 4차에 걸친 핵실험에 성공하고 수소탄 실험까지 거의 성공한 단계에 이르렀다. 또한 대륙간 탄도탄 실험도 계속 진행하여 13000 km, 즉 미국 본토까지도 위협하는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북한은 사실상 명실공히 핵보유국이 된것이다. 500킬로 이하의 핵탄두 소형화에도 거의 성공이니 그들의 모험정신과 불굴의 용기라면 무슨짓을 할지 예측도 되지 않는 것이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민과 정부의 인식은 수십년 동안 변하지 않는 초지일관 구제불능 현실 회피증이다. 오늘 2016년 2월 4일 현재, 예외 없이 모든 신문의 사설과 방송의 논조는 "북한은 불장난을 그만두라"는 것이다. 핵보유에 성공한 나라를 두고 우리는 그들을 불장난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통한의 현실 회피증은 민족의 어떤 DNA에 연유하고 있는 것인지 해석이 불가능하다, 며칠전 부터 거의 확정적인 대륙간 탄도탄 발사시험을 두고도 "북한은 혹독한 대가를 치를 장거리 로켓도박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한국민과 정부 지성인들의 눈에는 북한의 전략과 행위가 별볼일 없는 도박으로 보이는지. 그것도 눈이라고 가지고 있는 것일까.
1980년대부터 미국을 비롯한 우리의 대응은 아무런 변화도 없는 그야발로 초지일관 머저리 짓을 하고 있는것이다. 그 사이에 북한정권은 보기좋게 핵보유국이 되었다. 유엔 안보린지 안보인지의 규제도 그들에겐 코딱지같은 웃음거리일 뿐이다. 경제제재 아무리 해봤자 그들은 죽지 않았다. 더구나 최근 몇년사이 북한 경제가 상당히 회복 되었다는 관점이 우세하다. 도대체 이것은 어떻게 된일인가.
한국민과 정부는 잠을 깨야 한다. 북한은 불장난이나 하고 도박이나 하는 우스꽝 스러운 바보 나라가 아니다. 핵과학이 초강대국 수준에 가까이 온 나라인데 무엇때문에 우리는 북한을 바보라하며 무시하고 불보듯 명확한 현실을 외면하고 회피하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눈을 떠야한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같은 시체의 산 피의 강을 겪고 싶지 않으면 제대로 보고 준비해야 한다. 더 혹독한 댓가를 치루게 해주겠다는둥 그런 병신언행을 중단해야한다. 대화를 하겠다는둥, 대북 투자를 늘리겠다는둥 김정은은 콧방귀도 안뀌는 헛소리를 언제까지 지껄이며 현실을 회피해야 한다는 말인가.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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