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lly의 좋아하는 詩

윤사월 - 박목월

Billy Soh 雲 響 2015. 5. 8. 09:59

 

  

윤사월

        박목월

 

송화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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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버이 날이다. 비단 오늘뿐은 아니지만 젊은 시절엔 뭣두 모르고 덤벙거리며 지냈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는건지 요즘엔 무슨일이 있을때마다 부모님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 이럴때 부모님이시라면 이렇겐 않하셨을텐데하고 돌아보며 나자신의 부족함에 더욱 가슴을 움켜쥐는 것이다. 양평 집에 가면 길게 에스자로 닦아놓은 'Strasse de Amor(사랑의 길)'을 산책하는 것이 나의 즐거움이다. 뒤늦게 잠에서 깨어난 연산홍 아가씨와 부드러운 대화를 나누다 우연히 앞산을 보니 송화 가루가 바람에 날려 온통 골짜기를 뒤덮고 있었다. 문득 학창시절 국어책에서 배운 박목월님의 '윤사월'이 생각났다.

그런데.. 오늘아침 우연히 TV를 보니 박목월님의 아드님이신 박동규 서울대 교수가 나오셔서 부모님 말씀을 하고 있었다. 어린시절 예민한 신경으로 시를 생각하시는 아버지의 모습과 구상을 쓰시기 위해 연필 깍는 소리와 사각거리는 연필심 깍는 소리만 들리면 온집안은 긴장한다는 것이었다. 그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하며 '윤사월'을 낭독하였다. 아버님은 이 시를 스스로 좋아 하셨고 힘드는 일이 있을때마다 외우곤 하셨다는 것이다. 목월선생은 본인의 짧은 이 시에서 삶의 고독과 위로를 얻으셨던걸로 보인다. 나자신.. 언젠가 부모님을 뵈이면 저 이렇게 열심히 살았어요. 칭찬해 주셔요 하고 말씀드려야 할터인데 그 말없는 부모님의 말씀에 부응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질책만하며 세월은 오늘도 흐르고 또 흐른다.                  <운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