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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길
양주동 시 박태준 곡
산길을 간다 말 없이 해는 져서 새 소리 새 소리 그치고 짐승의 발자취 그윽히 들리는
고요한 밤 어두운 수풀 가도 가도 험한 수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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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집에는 대개 일이 없는날 일주일에서 열흘에 한번 내려가 이삼일 지내다 온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그것도 농사라고 서툰 솜씨에 할일이 많다. 거기에 나무가꾸기에 풀깍기 잠초뽑기등 내힘으로는 해내기 어려운 정도이다. 그러나 겨울이 오면 대지는 얼고 할일은 아무것도 없다. 내려가면 그져 깨질듯이 맑은 하늘과 공기를 숨쉬며 산책하거나 방안에 난로 앞에서 책을 읽거나 TV를 보며 시간의 여유를 갖는게 즐거움이다. 모두들 서울의 오염된 공기속에서 복작거리며 살아가는데 가끔이지만 한번씩 가서 지내다 올 곳이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제 저녁 일이 끝나고 어제 아침 양평 짐으로 갔다. 이번에도 특별히 할일은 없으니 이틀 동안 점심을 먹은후에는 등산을 하였다. 언제나 집 가까운 언덕산은 오르지만 이번에 좀 먼 산속을 가보기로 하였다. 날씨가 다시 추워졌으므로 옷을 단단히 입고 어제는 뒷산 구역을 오늘은 앞산 방향을 올랐다. 그다지 높지는 않은 산들이지만 사람의 발걸음이 워낙 잦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일단 산속으로 들어가면 나무가 울창하고 엄청나게 높이 자랐던 나무들이 여기 저기에 쓰러져서 치우는 이도 없으니 오랜 세월 속에서 그대로 썩어가고 있다. 나무들도 너무 촘촘하면 크게 자라면서는 서로 싸우고 경쟁이 되어 그중 약한 나무들이 죽거나 쓰러진다는 것이다. 치열한 생존경쟁은 사람이나 동물의 세계에만 있는것이 아니라 나무나 식물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러니 태어나면 싸워야하는 무릇 생명들의 운명은 얼마나 가련한 것인가.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숲속길을 땀을 닦으며 헤쳐가다 보니 바로 앞 지척에서 놀란 장끼와 카투리가 푸드득하더니 "꿔거꿩 꿩~"하면서 날아올라 건너편 능선으로 날아간다. 꿩도 나때문에 놀랐겠지만 나도 꿩때문에 놀랐다. 이번엔 능선을 바꾸어 올라가는데 잡목숲에서 고라니가 두마리 후다닦하고 튀어 달아난다. 깜짝 놀랐다. 그러나 꿩이든 고라니든 이 녀석들은 운이 좋은 녀석들이다. 사실 나는 작년에 수렵 면허증과 총기 허가를 득하였고 유해 조수 포획 허가까지 사냥에 필요한 세개의 허가증을 모두 받았으니 사냥을 하려면 합법적으로 할 수가 있다. 그리고 지금은 수렵 허가기간이다. 하지만 누군가 나이도 들었는데 가능하면 살생은 하지 말라는 충고가 마음에 걸려서 실제로 잡지는 않고 그져 쫓는다는 개념으로 가끔 사격을 즐기는 정도이다. 물론 사격은 워낙 좋아하고 대학시절에는 시합에도 출전하고 하였으니 무척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정신을 집중하고 맑게 하는데에도 아주 좋은 취미인 것이다.
한나절을 산길에 취해 오르다 내려오니 어느듯 해는 기울고 있었다. 서둘러 집안을 정리하고 귀경길을 재촉하였다. 다시 생활의 전선이 기다리고 있는 뿌우연 오염 공기 속으로 들어 가는 길이지만 선명회 어린이 합창단의 청아한 목소리만은 한없이 티없고 맑아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이 가곡은 옛날부터 혼자서도 곧잘 부르곤 하던 나의 애창곡이다. 어둡고 험한 산길. 머언 산길은 우리 인생의 길이 아니던가. 그 산길은 언제나 홀로 가는 길이다. <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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