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lly의 한국사 이해

정조의 개혁과 끊어진 한민족의 기맥 - 5

Billy Soh 雲 響 2014. 11. 18. 23:49

9. 아, 조선! 패망의 길로 접어들다.

 

그러나 어찌 뜻하였으랴. 1800년 6월28일 1794년에 발병한 부스럼 병이 격무와 과로로 심해지며 피부를 파고들어 49세로 정조는 한맺힌 일생의 꿈을 다 펴보지도 못하고 승하하고 말았다. 남인들은 독살 되었다고 하였다. 어의가 교체되고 새로운 어의는 노론에서 천거한 인물이었으니 그또한 증좌는 없으나 일리있는 가설이라 아니할 수도 없다. 만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사상의 군주였던 정조대왕의 꿈은 이렇게 종말을 고하고 말았다. 노비제를 혁파하고 서얼 차별을 없애는 등  백성을 위하는 정치를 하며 임금 아래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었던 정조! 온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했던 개혁군주의 시대는 그렇게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렇게 끝나버린 정조대왕의 꿈은 한 군주나 왕실의 환난이 아니었다. 정조 사후 60여년에 이르는 안동김씨와 풍양조씨의 세도 정치는 조선 사대부의 혼을 죽이고 나아가 민족 전체의 기맥을 끊어 버렸다고해도 과언은 아니다. 오로지 자신이 속한 가문의 번창및 정파의 권력 독점을 위한 매관매직과 탐관오리들의 부패가 형언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고 백성들의 도탄 지경은 필설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단 한사람이라도 세계 정세에 눈을 뜬 지도자가 있었고 국가의 존망을 염려했더라면, 그리고 그 준비를 위한 혜안과 추진력이 살아 있었더라면 조선은 그토록 허망하게 패망의 길을 걷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조 사후 한사람의 선각자도 없이 썩어 들어갔으니 민족의 기맥은 끊어지고 나라는 으르렁거리는 열강의 발굽아래 그대로 노출된 사자밥이 되고 말았다. 이 얼마나 애통하고 분한 암흑시대였던가. 침몰해가는 군함처럼 기울던 국운은 마침내 1910년 8월 29일 청을 해치우고 러시아마져 무너뜨린 신흥 통일국가 일본 제국에 의해 삼켜져 멸망하니 조선이란 나라는 영원히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정조대왕이 2,30년만 더 생존하여 개혁 정치를 성공하였더라면 민족의 역사는 어찌 되었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는 것이라 하지만 다시 돌아온 작금의 동북아 정세와 분단하에서도 정파 이익만을 위하여 진흙탕 싸움을 일삼는 협잡모리배 정객들을 바라보며 우국의 충정을 금할 수 없다.

<운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