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의 서호위에 석양빛 비껴들제
갈대숲 바람일뿐 태공마져 보이잖네
두어라 얼음 풀리면 태공만이 돌아오랴
雲響 Billy Soh
인생에 힘들지 않았던 해가 언제 있었으랴만 어느해 못지않게 어려웠던 계사년의 막바지 언덕에서 바라보니 가슴엔 회한이요 겨울 호수의 정경은 오직 쓸쓸하다. 하지만 우리에겐 꿈이 있기에 새해가 오고 얼음이 풀리면 봄이 올것이다. 만물이 생동하는 그 계절이 돌아오면 어찌 문왕이 불러줄 한때를 기다리며 곧은 바늘 낚시줄을 허공에 드리우던 강태공만이 돌아올 것인가. 우리의 인생 언덕에도 어느덧 희망의 꽃이 다시 활짝 피어 오를 것이다.
강태공은 젊은 시절에 곤륜산에서 수도하였고 나이가 들자 요녀 달기에 빠진 은나라 주왕의 폭정을 피해 벼슬을 버리고 동해(우리의 서해)가에 숨어 살았다. 매일 위수가에 나아가 곧은 낚시 바늘을 수면에서 석자 떨어진 허공에 드리운채 10년 동안 낚시를 하며 때를 기다렸다. 매일 날이 저물면 낚시대를 하나씩 위수에 버리고 집으로 돌아갔으니 버린 낚시대가 삼천 육백개였다.
그때에 은나라 제후국의 하나였던 주나라의 문왕이 왕위에 올라 널리 인재를 구하였다. 문왕은 은나라의 폭군 주왕에게 아들을 잃은후 천하를 구할 결의를 가슴에 품고있었다. 그에게 많은 신하와 장수들이 있었지만 전체를 통괄할 인재가 없으니 그러한 사람을 백방으로 찾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날 타계한 선친이 꿈에 나타나 천하의 인재를 만나 나라가 흥하게 될것이라 하였다. 꿈을 꾼후 문왕은 사흘동안 목욕 재계한 후 위수 북쪽으로 사냥을 나갔는데 위수에서 띠풀을 깔고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는 노인을 만났다. 그에게 천하의 도와 덕을 물으니 그가 바로 강태공이었다.
문왕은 그의 도리를 듣고 크게 감격하여 절하고 이르기를 "제가 어찌 감히 하늘이 내리신 명을 받지 않겠습니까? 선친께서 꿈에 나타나 '성인이 주나라로 올것이다. 주나라는 그로 인하여 흥하게 될것이다,' 고 하셨는데 공이 바로 그분이십니다."하고 수레로 모셔 태공망이라 부르며 국사로 봉하였던 것이다. 이때가 주왕 15년(B.C. 1140)이요 강태공의 나이 72세였다. 이후 강태공은 문욍을 도와 천하 통일의 대업을 이루었던 것이다.
세모에 생각해 보는 고사이다. 10년을 홀로 앉아 기다린 태공의 인내와 진정한 인연의 의미를 생가해 보게 한다. 부디 갑오년 새해에는 기다림의 도를 잃지 않고 소중한 인연을 가꿔나가는 한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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