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아침'
출처 http://ch.yes24.com/Article/View/22895
순례자의 기도
이해인
저무는 11월에
한 장 낙엽이 바람에 업혀 가듯
그렇게 조용히 떠나가게 하소서
그 이름 사랑이신 주님
사랑하는 이에게도
더러는 잊혀지는 시간을
서러워하지 않는 마음을 주소서
길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가 손님일 뿐
아무도 내 최후의 행방을 묻는 주인 될 수 없음을
알아듣게 하소서
그 이름 빛이신 주님
한 점 흰 구름 하늘에 실려 가듯
그렇게 조용히
당신을 향해 흘러가게 하소서
죽은 이를 땅에 묻고 와서도
노래할 수 있는 게절
차가운 두 손으로
촛불을 켜게 하소서
해 저문 가을 들녘에
말없이 누워 있는 볏단처럼
죽어서 다시 사는
영원의 의미를 깨우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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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씨년스러운 계절 11월의 커튼이 닫혀가고 있다. 이미 옷벗은 나무들은 겨울을 견뎌내려고 꿋꿋이 겨울 바람을 맞고 서있다. 차라리 사람이 약한건지 온몸이 으슬으슬 춥더니 몸살이 오나보다. 첼로의 낮은 선율처럼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것은 없다. 11월을 그냥 보내지 못하고 미열에 몸을 뒤채며 이해인님의 시를 생각하고 첼로음을 듣는다. 밤은 소리없이 깊어가고 있다. <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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