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을 걷다. 모자를 썼는데도 따가운 가을 햇살에 얼굴이 벌겋게 익었다.
나즈막한 제주 오름, 해변가 모래사장, 절벽 밑을 지나 자갈들로 이어진 길..등등 올레
9코스, 10코스를 5시간 정도 걸었다. 이런 저런 삶의 생각들이 머리에 가득했다.
비우려고 노력했다. 삶은 비우지 않으면 해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올레길 도중 통과하였던 이곳은 1653년 8월 16일 네델랜드인 헨드릭 하멜이 표류했던
곳이다. 네델랜드 동인도 회사 소속 '스페르 웨르'호를 타고 일본으로 항해하다 태풍에
밀려 이곳 제주 대정현 지역에 표착 되었던 것이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육지로 호송되어 전남 고흥 지역에서 3년간 무기나 화약을 만드는
일에 종사 하다가 후에 한양으로 압송되어 10년간 조선에서 생활 하였다. 처음 조선에
표류한 서양인 으로서 많은 문물과 서양의 실정을 전하였다. 그러나 끝내는 일본으로
탈출 하여 고국 네델란드로 돌아갈수 있었다.
귀국후 조선에서의 13년 생활을 담은 '하멜 표류기'를 저술하여 서구 세계에 처음으로
조선을 소개하게 되었다. 유럽의 수개국어로 번역되어 은둔의 나라였던 조선이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제주 삼방산은 먼 먼 옛날 화산이 폭발하여 한라산이 솟아 올랐을때 같이 폭발 하였던
작은 화산으로 형성된 산이다. 이곳은 옛날에도 볓번 지나 갔었지만 다시 보니 경관이
너무 수려하고 한 봉우리처럼 독특하게 보이는 것이 호주의 에어즈 락을 연상케 하였다.
'올레'란 본래 제주의 마을 가운데 있는 작은 소로길을 말하는 것이라 한다. 본래 있었던
제주의 길들을 관광 코스로 개발하여 이름을 붙이고 경치 구경도 하며 건강을 위해
걷기를 권장하는 길로 개발한 듯 하였다. 중간 지점에서 먹었던 갈치조림 점심도 맛있었고
송악산 까지 걷기에 다리도 뻐근 하였지만 모처럼 좋은 공기를 마시며 머리를 비울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하이얏트 호텔 7층에서 바라본 중문의 아침 바다 모습이다. 바람 한점 없이 평온한
바다에 잔잔한 파도만이 해변을 향해 찰삭 거린다. 둘러 쌓인 숲속에서는 새소리만
들린다. 그야 말로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아닌가. 하지만 이렇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도 그곳에 살고 있는 인간들 에게는 감사한 마음으로 즐기기 보다 오히려 욕심으로
인한 걱정과 근심으로 의미 없이 스쳐가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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