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에 걸쳐 잡으려고 쫓아왔던 생활의 토끼, 다른 방향으로 달아나는 또 한마리의 토끼... 그 허무한 南柯人의 숙명을 쫓아 방황을 해온지 어느덧 일년여가 지났다. 시간이 이리도 빨리 흐를까..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누가 나무라는 것도 아닌데.. 나는 무슨 환영에 이끌려 그 새벽 그 밤거리를 그리도 방황 하였을까. 빛이었을까 그림자 였을까.. 나는 무언지 알 수 없는 허기에 이끌리듯 그 거리들을 걷고 또 걸었다.
눈앞이 어른 거리는 현깃증에 허기를 느끼며 아침에 지나갓던 그 골목을 빠져 나왔다. 잿빛 빌딩들 너머로 서울의 황혼이 마지막 손짓을 하고 있었다. 기인 내 그림자를 끌며 무거운 발갈음을 옮길때 길거리를 가득 메운 노천 주점 테이블엔 오늘따라 생맥주 잔을 들고 위하여를 웨치는 사람들이 더욱 붐비고 있었다. 그들이 부러웠다. 울컥 두려움이 몰려왔다.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였다. 땅을 보며 걷는 것이 곧 싫어져 하늘을 보았다. 아무 위로도 없었다. 안되겠다. 마음을 다잡고 15도 상방을 응시했다. 그 허공엔 땅도 하늘도 이젠 보이지 않았다. 때이른 취객들의 환성 소리도 더이상 내귀엔 들리지 않았다. 매의 눈처럼 눈에 힘을 주고 상방을 노려보며 화난듯 굳은 얼굴에 빠른 걸음으로 골목을 빠져 나왔다.
횡단 보도를 건너니 잿빗 승복을 입은 스님이 평안한 표정으로 내앞을 지나간다. 스님의 뒷모습을 쳐다보다가 언제나 그냥 지나치는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바밤바를 사서 물었다. 35,6년 전에도 이렇게 똑같은 바밤바를 먹었었는데 참 잘도 오랜세월을 견디고 있구나 싶었다. 길가 벤치에 앉았다. 목안을 식히며 넘어가는 바밤바의 단맛을 느끼며 마음의 안정과 평안을 빌었다. 차분히 생각해보면 그리 두려워 할 일도 없는데... 나는 그분의 인도에 따르면 된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나의 생각도 행동도 허물도 모두 아시는 그 분께서 앞서 가시니 나는 부족하고 약한 모습 그대로 따르면 되리라 생각했다. 이제는 다만 내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면 되리라. 어느사이 이윽고 그분께서 평화를 주시리라. 소리 없이 물들어가는 저 노을 같은 평안을...
끝이 없는 길
박인희
길가에 가로수 옷을 벗으면 떨어지는 잎새위에 어리는 얼굴 그 모습 보려고
또 멀어지네
아 ~이길은 끝이 없는 길
계절이 다가도록 걸어가는 길
잊혀진 얼굴이 되살아 나는
저만큼의 거리는 얼마쯤일까
바람이 불어와 볼에 스치면
다시 한번 그 시절로 가고 싶어라
아 이길은 끝이 없는 길
계절이 다가도록 걸어가는 길
'★ Billy의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 1. 2(토) 소유로부터의 자유 (0) | 2010.01.03 |
---|---|
2009. 12. 24(목) 2009년의 크리스마스, 그 특별한 축하의 밤 (0) | 2009.12.25 |
2009. 12. 18 (금) 머나먼 娑婆江 (0) | 2009.12.18 |
Sep. 6(Sun), 2009 Know the World (0) | 2009.09.07 |
Sound of Summer.. chirrup of a cicada (0) | 2009.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