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이 오면 도종환
아무도 오지 않는 산속에 바람과 뻐꾸기만 웁니다
바람과 뻐꾸기 소리로 감자꽃만 피어납니다
이곳에 오면 수만 마디의 말들은 모두 사라지고
사랑한다는 오직 그 한 마디만 깃발처럼 나를 흔듭니다
세상에 서로 헤어져 사는 많은 이들이 많지만
정녕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이별이 아니라 그리움입니다
남북산천을 따라 밀이삭 마늘잎새를 말리며
흔들릴 때마다 하나씩 되살아나는 바람의 그리움입니다
당신을 두고 나 혼자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은 모두 쓸데없는 일입니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도 혼자 보고 있으면
사위는 저녁노을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 사는 동안 온갖 것 다 이룩된다 해도 그것은 반쪼가리일 뿐입니다
살아가며 내가 받는 웃음과 느꺼움도
가슴 반쪽은 늘 비워둔 반평생의 것일 뿐입니다
그 반쪽은 늘 당신의 몫입니다
빗줄기를 보내 감자순을 아름다운 꽃으로 닦아내는
그리운 당신 눈물의 몫입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지 않고는 내 삶은 완성되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야 합니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꼭 다시 당신을 만나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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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시인. 충북 청주에서 출생하였고 충북대 국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청주 중앙초등학교를 거쳐 청주중학교를 졸업했다.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3년 동안 원주고등학교에서 유학한 뒤 바로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진학했다. 1985년 충청북도 청원군 부강중학교에 근무하던 시절에 발간한 그의 첫 시집 〈고두미 마을에서〉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그는 이미 이때부터 깊숙한 자기 울림의 세계를 그려낸 훌륭한 시인으로 인정받기에 충분했다. 또한 어린 두 아이를 두고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그의 아내에게 바친 시집 〈접시꽃 당신〉과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1988)이라는 2권의 시집은 그가 얼마나 깊은 사랑을 지니고 있는지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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