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몇 시간은 모두들 쇼핑을 하였다. 이제 내일 이면 또 귀국 비행기를 타는 날이니 모두 자기들의 생활이 다시 떠올랐을 것이다. 빌리는 잦은 해외 출장이니 만치 무슨 대단한 선물을 사는 건 아니지만 간단한 소품들로 몇 개 준비 하였다. 저녁식사 후엔 왠지 특별히 나가고 싶은 생각도 없어서 스탭들 에게 나머지 정리는 맡겨놓고 숙소로 올라 왔다.
뉴욕은 다시 휘황찬란한 밤의 또 다른 세계로 열려지고 있었다. 온갖 찬란한 네온싸인과 밀려오고 밀려가는 자동차와 인파의 물결을 내려다보며 빌리는 알 수 없는 외로움이 느껴졌다. 내일이면 다시 돌아 가야 할 생활의 현실 때문일까. 맨하탄의 마천루 스카이 라인 너머로 돌아 가야 할 곳과 지나간 일들 다가올 일들이 어제련듯 생생히 주마등처럼 머리 속에 떠오르며 펼쳐지고 있었다.
먼 옛날 산골에서 자란 빌리는 숲 속에 들어가면 곧잘 길을 잃곤 했다. 눈앞이 어른 어른 하여 금방 들어온 쪽이 어느 쪽인지, 어느 쪽으로 갈려고 했던 것인지 한 순간 분간을 할 수 없을 때 왈칵 무서움을 느끼곤 하였다.
지금 눈앞에 솟아오른 빌딩숲이 마치 어린 시절 숲 속에서 시야가 가려진 것처럼 느껴져 건너편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잃어 버린 길 처럼 보였다. 숲들은 명멸 하고 흔들리고 있었다.
숲은 점점 더 어두워져 가고 숲 사이로 멀리 길이 보인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것일까.. 숲은 이제 아주 어둡고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나르는 밤새의 그림자가 지나간다.
빌리는 아득히 보이는 숲길을 걷는다. 서늘해진 밤바람이 옷깃을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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