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어나 저 강을 건너라

뉴욕에서-1

Billy Soh 雲 響 2008. 10. 29. 14:34

뉴 욕

 

멀리 떠나온 여수를 몸이 먼저 기억 하는 것 일까, 출장지에서는 언제나 일찍 잠이 깨어 지곤 한다. 아까부터 잠이 깨어 어둠 속에서 혼자 뒤척이던 빌리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불은 켜지 않았다. 커튼을 젖히니 아직은 밤이다. 새벽은 이제 천천히 밝아올 모양이다.  가끔 첫새벽을 달리는 자동차들이 길게 헤드 라이트를 앞세우고 지나간다.

2001 5, 빌리는 이렇게 뉴욕 맨하탄 54번가 힐튼 호텔에서 내려다 보이는 또 하루의 새벽을 맞았다.

어제 밤 잠들기 전부터 떠 오르던 하나의 상념이 아직도 머리 속에 가득 하다.  삶이란 무엇일까  커튼을 다시 여미고 침대로 돌아와 베드 데스크의 라이트를 켜고 침대 머리 판에 푹신한 베개 두개를 등뒤에 고이고 기대 앉아 메모지를 들어 연결 없는 생각들을 이어보기 시작 한다. 

 

젊음의 불꽃을 다 태우지도 못한채 요절한 프랑스의 천재 시인 아르뛰르 랭보는 노래 했다.  삶을 생각 할 때 가끔 그의 주체 할 수 없었던 정열과 아픔을 생각 한다.

 

오 성이여

오 계절이여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그는 짧은 삶을 불꽃 처럼 살았고 아픔을 간직 한 채 사라져 갔지만 누구의 삶인들 아픔이 배어 있지 않은 삶이 있었을까.  삶은 언제나 쓰라린 나날 속에 피어나는 한줄기 가냘픈 수선화와 같은 것이다. 짧은 한 순간 피어나는 행복이라는 수선화도 다시금 먹구름이 일고 비바람이 몰아치면 그 가녀린 꽃잎은 떨어지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간다.

 지난날에 대한 자랑과 영광보다 아픔과 부끄러운 상념들이 먼저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빌리는 메모지를 끄적여 내려간다. 그리고 가끔 그러듯이 또 곡을 부쳐 내려가기 시작 했다.

 

산하를 휩쓸어 가는 들불처럼

삶의 모든 생명을 남김 없이 사르며

사랑하던 불꽃 같은 순간들

 

꿈은 언제나 멀리 아득 하고

삶은 끝을 모르는 고뇌의 그림자 속에

흔들리며 방황하던 그날들

 

눈부신 그대 앞에 서면

어떤 부끄러움도 그 어떤 두려움도

나를 막지 못하였네

 

  이제 세월은 가고

돌아보면 상처뿐인 추억의 성

끝없는 그리움

 

어느 가을날

성에 어린 창문 저편 너머로

잡힐 듯 안타깝게

다가오는 너의 모습

 

  이제 세월은 가고

돌아보면 스쳐가는 바람일 뿐

끝없는 그리움

 

(악보는 부록에 첨부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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