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지와 펜을 놓고 다시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열었다. 어느새 아침이 되어 있었다. 세계를 이끌어가는 경제의 심장부 맨하탄의 발걸음들이 점차 바빠 지고 있다. 깨어 있었던 탓인지 빌리는 시장기를 느꼈다. 경대 앞 의자 등받이에 걸쳐놓았던 옷을 주워 입고 산책을 할 생각으로 방을 나섰다.
어느 도시나 그렇겠지만 맨하탄도 뒷골목으로 들어서면 어제 밤의 즐거운 시간들이 남긴 쓰레기들이 아직 치워지지 않은 곳도 있어 지저분한 분위기가 이른 아침의 싱그러운 공기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 아침을 즐기며 천천히 골목 모퉁이를 돌아 나가니 야채와 과일 가게가 문을 열었다. 새로 들어온 과일들인지 주인인듯한 콧수염 기른 뚱뚱한 아저씨가 열심히 정리를 하고 있었다.
새 과일은 정가에 팔고 며칠 된 팔고 남은 과일들은 따로 바구니에 담아 ‘Sale’ 이라고 붙여 맨 앞쪽에 놓았다. 팔고 남았다고 해도 내가 먹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아직 신선한 과일 이다. 크기가 웬만한 애기 머리 만이나 한 자몽이 여섯 개에 1불 50센트 쎄일 이다. 빌리는 과일을 좋아 하니 그 한 바구니를 샀다. 우리 돈 이 천원도 안 되는데 커다란 보따리이다. 호텔비에 조식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그것보다 이 과일이 더 훌륭한 아침이 될 것 같았다.
꽤 무거운 봉투를 들고 호텔 방으로 돌아 왔다. TV를 틀어 놓고 아침 뉴스를 보면서 자몽 한 개를 까서 먹기 시작 했다. 빨간 속이 꽉 찬 알맹이들을 한 개 먹고 나니 배가 부를 정도 이다. 에이 과일 이나 실컷 먹자 싶어 한 개를 또 깠다. 그 달큼 시큼한 커다란 자몽 두 개를 다 먹고 나니 정말 배가 엄청 부르다. 아침은 이걸로 끝이다.
어제 까지 공식 학회 일정도 다 끝났으니 오늘 내일은 이틀간 여유 있는 일정이니 마음도 급할 것이 없었다.
느지막히 아침식사를 마친 손님들과 메트로 폴리탄 박물관을 구경 하였다. 영국의 대영 박물관, 프랑스의 루블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이라 하는데 역시 대단 하다. 하루 종일 뉴욕을 구경하고 느끼려니 일정은 빠듯 하다.
초등 학교때 동경해 보았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올라가 보고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구경 하였다. 자유의 여신상은 내부에 들어 가진 않고 배를 타고 나가 그 둘레를 돌아 보았다. 미국은 땅이 커서 그럴까 참 무엇이든 거대한 나라 이다.
하루의 일정이 끝나면 저녁식사가 있고 손님들은 대부분 한식당에서 식사와 함께한 반주와 느슨해진 해방감으로 곧장 숙소로 돌아 가려는 사람은 없다. 저녁 시간의 여흥까지도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 빌리등 손님을 모시고 온 스탶 들의 역할 이다. 모두가 한바탕 즐겁고 소란한 시간들을 보낸 뒤에야 잠자리에 들게 되는 것이다.
다음 날은 웨스트 포인트 미 연방 육군 사관 학교를 구경 하였다. 육사 박물 관은 역사를 좋아 하는 빌리 에게는 특별한 볼거리였다. 국가의 역사는 짧지만 세계의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은 경찰국가 역할을 하느라고 이곳 저곳에서 벌어진 전쟁에 개입 하였거나 되었고, 그러한 전쟁 중에 많은 영웅이 또한 탄생 하였다. 특히 2차 대전 후 일본에서 화제가 됐었던 ‘야마오카 소오하치’의 대하소설 ‘쇼오세츠 타이헤이요오센소 (소설 태평양 전쟁)’ 를 최근 읽었던 터라 태평양 전쟁에 관한 자료들은 정말 실감이 있었다 .
에이급 전범으로 전후 처형되었던 수상 겸 육군상 토오죠 히데키 의 물품들, 필리핀 방면군 혼마 마사하루 사령관의 권총, 말레이지아 방면군의 야마시타 토모유키 사령관의 일본도 등은 정말 생생하게 실감이 갔고, 독일의 히틀러의 자료들, 괴링의 권총 등도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물론 한국전쟁 전시 부분은 우리 자신의 일이니 생생한 아픔으로 다가왔다.
웨스트 포인트 육사의 연병장에 서니 많은 것이 느껴진다. 이곳을 통하여 맥아더나 아이젠하워 같은 불세출의 장군이 배출 되었을 것이다. 특히 이곳은 미국 독립전쟁의 유서가 깊은 장소라 한다. 강을 거슬러 올라온 영국군에게 포격을 가하고 승리의 전기를 잡았던 대포들이 그 강이 내려다 보이는 교정 언저리에 그대로 가지런히 보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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