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주
제주의 중문해변. 밤바다의 파도소리가 매일 밤새 들려오고 있었다. 캄캄한 수평선 저끝에 고기잡이 배의 불빛이 물결에 흔들리던 밤. 그 젊음의 열정과 낭만이 넘치던 날들이다. 가진것 없어도 마음은 부풀고 미래의 꿈은 두근 거리는 이상이었다. 세월이 흐르면 가진것은 불어나고 정결하던 삶의 주변은 챙겨야 할 것들로 번잡해져 간다. 그 중문 해변엔 하이야트 호텔도 신라호텔도 롯데 호텔도 여미지식물원도 아무 시설도 없었다. 그저 조개 껍질로 덮인 하얀 자연의 해변과 소나무 숲과 절벽 틈 동글만 있었던 그 옛날 무공해의 해변 풍경이 그립다. 파도는 얼마나 높게 밀려 왔던가. 가슴에 남은 추억과 그리움이 사라진 자리엔 편리한 현대화 시설의 개발과 부유한 세속화만이 남아있다. <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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