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lly의 좋아하는 詩

수선화에게 - 정호승

Billy Soh 雲 響 2010. 6. 28. 18:58

 

      

"Toute Une Vie"   연주;Jean Philippe Audin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정호승 1950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됐으며 1989년 제 3회 소월 시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삶은 외로운 순례의 행로이다. 노을지는 사막의 길에서 만난 외로움과도 같은 인생의 슬픔을 정호승 시인은 부드럽고도 심미적인 언어로 노래하였다. 그는 슬픔을 노래할 때에도 너무 진하지 않은 슬픔으로, 오랜 시간동안 바래지 않은 온기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였다. 그의 따스한 언어에는 사랑, 외로움, 그리움, 슬픔의 감정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슬픔을 인간 존재의 실존적 조건으로 인식하고, 그 운명을 사랑으로 위안하며 그 안에서 희망을 일구어내는 시어로 자신만의 컬러를 구축하였다. <운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