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린의 일기 '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 중에서
결혼이란 확실히 인간을 좁힌다. 벽난로 앞의 단란과, 의·식·주의 안정과, 안락 이외에 아무 엠비션도 안 남기고 만다. 둘만의 평안과 행복 ㅡ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안 바라게 된다.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가, 인류의 미래, 원자(atom), 비행기, 달 로켓트, 대만의 앞날, Papst의 서거 … 이 모든 것이 의식의 가장 바깥을 가깝게 스쳐 지나가 버리고 아무것도 안 남고 만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 그리고 나는 그것을 결코 자랑으로는 안 생각한다. 쿳숀 위에 길게 몸을 펴고 누워있고 싶어하는 고양이의 본능 이외에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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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피상적인 것을 증오한다. 나는 모든 경박한 것을 증오한다. 성숙을 나는 동경한다. 과일의 무거운 황금빛 성숙을…생각이 깊고 눈이 날카롭기 때문에, 직관으로 모든 사람을 꿰뚫어 보면서도 마음의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나는 동생을 사랑한다. 내면의 고요와 명랑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 애를 사랑한다. 피상적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그 애를 사랑한다. 천성이 성실하고 경외심에 가득 차 있고 경건하기 때문에 나는 그 애를 사랑한다. 그 애는 참으로 나의 보석, 가장 아름답고 순수한 나의 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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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철면피한 것, 둔한 것, 무례한 것, 조야(粗野)한 것, 소란하고 시끄러운 것 등등을 나는 증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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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두 영혼 사이의 지속적인 대화이어야 한다. 전혀 영혼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정신적인 것, 순수한 정신을 나는 추구한다. 창백하고 순수한 달의 그 무감각한 냉정을 나는 갈망한다. 나는 끈끈한 것, 숨이 뜨거운 것, 야비한 것, 친숙한 것을 증오한다. 나는 평범한 것을 증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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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게 내 자신이 부끄럽다.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모짜르트적인 명랑과 고요와 조화의 순간을 내 속에서 체험해 보았으면. 모든 격정적인 음악을 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인생이란 우리가 전(全) 심장으로 사랑하는 그 무엇으써 채워져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생은 공허하고 불만족한 것이 될 것이다. 난 좀 슬프다. 기도를 드리고 싶다. 나는 가시를 하나 품고 있다. 내 가슴의 가장 깊은 곳에, 때때로 난 그곳이 아픈 것을 느낀다. 그러면 난 아주 아주 홀로 가장 어두운 방 속에 있고 싶어진다. 거기서 촛불이 타는 것을 바라보고 싶다. 그러나 난 또한 뜨겁게 갈망한다. 사람을! 인간의 사랑과 따스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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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평범한 것, 사소한 것, 게으른 것, 목적 없는 것, 무기력한 것, 비굴한 것을 나는 증오한다! 자기 성장에 대해 아무 사고(思考)도 지출하지 않는 나무를 나는 증오한다. 경멸한다. 모든 유동하지 않는 것, 정지한 것은 퇴폐다. 저열한 충동으로만 살고, 거기에도 만족하지 않는 여자를 나는 증오한다. 나무는 하늘 높이 높이, 치솟고자 발돋움하지 않으면 안된다. 별에까지 닿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비록 그것이 허락되지 않더라도… 동경을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 에로스 ㅡ 닿을 수 없는 것, 불가능한 것의 추구 ㅡ 를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 아니면, 우리는 인간이 아니고 그저 좀 교활한 동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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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서
극단에까지 가고 싶다.
일에서나, 길에서나,
마음의 혼란에서나,
재빠른 나날의 핵심에까지
그것들의 원인과
근원과 뿌리
본질에까지,
운명과 우연의 끈을 항상 잡고서
살고, 생각하고, 느끼고, 사랑하고,
발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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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감정이 결핍되어 있는 사람들을 나는 증오한다. 피상적이고 자신에게 진지하지 못한 사람들 … 파스테르나크가 묘사했듯이 <공공연한 의태(擬態)에서 생겨나서 인생을 감각의 연쇄로 보는> 사람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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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이 탁 풀리고 피곤하다. 저녁때 별다른 이유도 없이 몹시 슬퍼졌다. 인생이란 고되고 이익없는 일만으로 이루어지고, 최후의 휴식을 주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오래, 오래 발을 끌며 걸어야만하는 잿빛의 암담한 풍경처럼 나에게는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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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대를 추구한다. 그러나 생은 나에게 평범과 피상의 것 외에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는다.
나는 중세와 대리석을 동경한다. 그릴파르처의 <절대 세계>를 나는 동경한다. 무섭게 깊은 사랑, 심장이 터질 듯한 환희, 죽고 싶은 환멸 등등… 일상 생활의 평면성이, 내용 없는 인간들이 나를 질식시킨다. 나를 절망속으로 몰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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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일기장아. 넌 내 친구가 되어 버렸어. 고독 속에서 키티가 안네 프랑크에게 그랬었던 것처럼 난 너에게 내 가슴을 샅샅이 털어 놓을 수 있다. 내가 괴로와할 때 넌 나를 비웃지 않고 내가 기뻐할 때 넌 날 시기하지 않는다. 난 미치게 너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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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해서는 아무리 자신을 속이려고 해도 안돼. 사랑이란 뛰어들어 갈 수 있는 따뜻한 목욕물처럼 쉬운 게 아냐. 그릇된 짓을 하지 않고선 불가능하지. 배짱도 있어야 되고. 거기다 체력도 필요하거든. 네가 사치스럽고 깨끗한 영혼을 혹시 더럽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참을 수 없다면 즉시 산다는 걸 단념하고 성자라도 되는 게 좋지. 왜냐하면 인간이기 때문이야. 현세나 내세,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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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나의 생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나는 결코 너를 잊지 않을 것이다. 한결같이 너를 사랑하고 존경할 것이다.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는 세 사람, 철수, 채린, 그리고 주혜. 세상에 이 세 사람과 나 외에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는 남김 없이 행복할 것이다. 우리를 방해하고 화만 끼치는 다른 사물이나 인간들이 너무도 많다. 만일 내가 도박을 걸어 이긴다면 이 세 사람과 함께 세계 일주를 한번 해보고 싶다! 오, 그것은 얼마나 멋질까? 적어도 그런 꿈 정도는 꿀 수가 있다. 그러나 유감히도 나는 도박을 싫어한다. 그것에 맞는 소질이 내게는 정말 없다. 게다가 나는 낙천주의자가 못되고 나의 성향은 검은색이다. 반대로 철수는 상당히 낙천적이고 모든 것을 상당히 파랗게 그린다. 그 때문에 나는 그를 사랑한다. 미칠 듯이, 그의 혈기왕성한 무구속성과 오만을 진정 사랑해야 한다. 나는 그와 같이는 될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그는 나에게 매혹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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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生)이란 ㅡ 정말 살아갈 가치가 없다. 나는 오래 살고 싶지 않다. 그리고 무엇 때문에 타인에게 생을 선사하려고 하는가? 어떠한 권리로? 그것을 하는 나는 무엇일까? 하나의 견본이 나일까? 아니다! 아니다! 그 일과 미래를 생각하면 대개는 몹시 슬프다는 느낌이다. 그러한 의지 없이 세상으로 그것을 내보내게 된 것을 제발 용서해 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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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내가 차라리 새나 조갑지라면! 죽음이나 생에 대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살기만 하고, 노래만 부르고 있게 된다면 (본성이 요구하는 대로) 얼마나 좋을까! 하필 인간으로 이 세상에 빛을 바라보도록 그 누가 나를 초대한 것일까. 나는 이러한 발작이 곧 종식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숨을 쉴 수가 없다. 나는 나의 공포에 질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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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을 근본에까지 사고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가능한 한, 피상적으로, 가능한 한 지엽적인 것, 공허한 것, 진부한 것을 사고해야 하리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마비시킬 수 있기 위하여.
그렇지 않고서야 살아내지를 못할 것이다. 인간이 동물화하면, 그것이 이상적이리라. 인간이 더 사고할 수 없게 된다면. 그게 낙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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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워하는 사람은 지껄이기 위해 지껄이는 사람, 천박하고 실속이 없는 사람, 철두철미 판에 박은 사고만을 가진 사람, 우쭐하고 유치하며 책임감이 없는 사람, 굴욕 앞에 치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간단히 말해서 정신의 품격이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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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신이여! 인간의 좋은 점만을 내가 깨닫고, 나쁜 것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게 도와주옵소서! 모든 것이 나를 격동시키고 있읍니다. 인간에 대한 사소한 약점과 부담이 나를 너무도 미혹시켜서 생의 맛을 잃어버리고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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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과 세상의 눈 앞에서만 두려워하고 자기 자신이나 신성(神性) 앞에서는 그렇지 않은 인간들을 나는 증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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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를 극복해야 한다. 나는 심연에서, 허공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흘려버려야 한다. 아니면 나는 자신을 상실하리라. 아니면 곧 신경쇠약에 걸려서 분명 정신병원으로 가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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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내가 아는 것은 좀 더 애쓰고 모색하면서 괴롭게 살아야 하겠다는 것뿐이다. 인생이란 어린이 놀이터가 아닌 것이며, 우리는 웃고 뛰놀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닌 것이다. 주어진 짧은 시간 내에서, 단 한번인 이 삶에서 우리는 우리의 존재의 맨 끝을, 맨 속을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아는 데까지 알아보고 그 과정에서 죽는 것 ㅡ 애써서 노력하다 쓰러지는 것, 이것이 삶의 참 모습이고 모든 그 이외의 지식이나 생활이란 다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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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타오르는 실감이 있는 팽팽한 활줄같이 귀중한 순간들의 연결선으로 된 일년을 만들어야겠다. 과감할 것, 견딜 것, 그리고 참 나와 참 인간 존재와 죽음을 보다 깊이 사색할 것을 계속할 것, 가장 사소한 일에부터 가장 큰 문제에 이르기까지에 자기 성실을 지킬 것, 언제나 의식이 깨어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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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자는 결국 현실을 직면 못하고 샛길로 도피하게 되고, 그곳에서 허세와 콤플렉스와 순간적인 망각의 추구로 소일하게 되는 것이다. 대지(大地)처럼 질기고 건전한 젊은이는 필히 구식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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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돈키호테만이 참으로 실존하는 자이다. 현대인에게 조소와 경멸을 사고 대열에 빠져나오는, 멋이 조금도 없고, 우스꽝스럽고, 순정파인 젊은이… 이런 캐리커쳐도 풍자로만 실존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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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에만 가능한 이해나, 찬미나 친화력 … 그에 뒤따르는 보다 강한 고독의 쓴 맛, 사람은 결국 <고독한 존재>인 것을 생(生)이 나날이 나에게 가르쳐 준다. 따라서 우리는 대인관계에 있어서 욕심장이여서는 안된다. 고독을 초극시켜 준 것같이 느낀 일순간을 우리는 언제나 감사해야한다. 그 뒤에 온 공허나 허무감은 인간의 던져져 있는 상태에서 온 본연의 감정이지, 누구의 과오나 악의는 아닌 것이니까. 이해, 공감, 감사, 이것만이 우리와 타자존재 사이의 감정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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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주어져 있는 것은 자기의 죽음에의 길을 걸어가는 것뿐임을 생각할 때 우리는 타인에 대해서 보다 관대해질 수 있다. 누구나를 따뜻이 포섭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인간이 되고싶다. 훌륭하고 위엄있는 교훈적인 인간은 못되더라도 ㅡ 되고 싶지도 않지만 ㅡ 동정(同情)에 있어서 ㅡ 참 의미로 ㅡ 풍부한 인간이 되고 싶은 것이다. 위선비판은 안하고 싶다. 아무도, 언제든지라도.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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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기 자신에 관해서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순전한 이기주의로 보더라도 안된다. 왜냐하면 마음을 털어버리고 나면 우리는 보다 가난하고 보다 고독하게 있게 되는 까닭이다. 사람은 속을 털면 털수록 그 사람과 가까워진다고 믿는 것은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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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자기의 내던져진 상태를 반성해 보고 자기와의 사이에 거리를 두루 알게 되었을 때부터, 즉 자기와 자기의 흥미거리가 되고 연구대상이 되었을 때부터, 즉 우리에게는 풀 수 없는 모순과 상처와 죽음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지옥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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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전달불가능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인간은 서로 만나도록 운명지워져 있는 것일까? 만남의 짧은 매혹 끝에는 기나긴 상처의 길밖에 남겨져 있지 않음에도 왜 인간은 만남에 황홀하는 것일까? 인간은 거의 만남에 의해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이 지속불가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다.
언제나 가능한 것은 독백뿐이다. 대화의 메아리는 언제나 독백으로 공허하게 울린다. 언제나 「너」를 찾으려던 우리의 시도는 「나」를 다시 찾은 것으로 끝나고 만다. 그리고 고독은 깊어지고 넓어지고 무섭게 어두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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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딘지 사람에게 쉽게, 또는 관대하거나 너그럽게, 부드럽게 보이는 데가 있는 것 같다. 별로 가깝지 않은 친구 중에도 신상의 깊은 일까지 의논해 와서 나를 당황케 한 케이스가 한둘이 아니었다. 지금은 그에 익숙해져서 누구의 신상상담도 담담히, 예사롭게, 그러나 친절한 관심을 보이고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럴수록 내 내면의 마음의 갈등, 나의 괴로움이나 초조는 아무에게도 말 못하게 되고 만다. 누구나 다 괴롭게 사는 것인데 나까지 더 사람을 괴롭히고 싶지 않고 또 오해 받을까봐 두렵기도 한 것이다. 이것은 겁장이인 것일까? 내가 아주 아주 부자가 되면 살롱을 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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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귀족들, 아름다운 영혼들을 전부 모아서 드나들게 하고싶다. 대화에 의해서 우리의 의식이 잠드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완존(完存)에 돌입할 수 있는 것은 중요한 일이니까! 그리고 모든 사람의 신상상담이나 하소연을 다 듣고 같이 괴로와하면서 타개척을 생각해 보고 싶다…
아무튼 풍요한 생활, 손님을 초대하고 즐기는 것, 남에게의 봉사… 이런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것이 강요된 것이 아니라 기분좋은 분위기에서 자발적으로 생겨나는 욕망인 경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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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태어나진 것일까? 인간은 무엇인가? 왜 인간은 태어나야 하고 그리고 왜 죽어야 하는가? 죽음 후엔 무엇이 올 것인가? 신은 존재하는가? 어떻게 해야 우리는 신을 알 수 있을까? 도대체 삶이란 의미를 지닌 것인가? 언제, 어디로? 이 모든 의문은 나를 떨어지지 않고 추격한다. 괴롭힌다. 나는 너무도 깊게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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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 내가 어떤 인간에게 끌리는 것은 그 사람의 정신에 있어서 뿐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어떤 미모나 매력도 순간 외에는 내 마음을 잡지 못한다.
정신, 영혼, 지성이 결여된 곳에서는 곧 이윽고 미(美)도 끝나 버리는 까닭에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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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폭력적, 독재적, 고압적, 즉자적 인간은 나에게 참을 수 없는 구토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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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이성(理性)을 한 대상에서 돌릴 줄 알아야 한다. 절망의 벽을 피할 수 있기 위해서는 ㅡ 한 남자의 배신이 전 세계의 붕괴가 될 수 있는 여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의 불충실을 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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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고 결혼해서 애를 많이 갖고 가난하게 살자.』 (후랑크)
『나는 당신을 가두어 둘테야요, 하루종일. 그리고 감시하겠어. 질투를 가지고…』 (지나)
이것이 결국 리얼리티에 있어서의 남녀의 사랑의 대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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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굳어진 일상 행동을 억지로 하지 않겠다. 사람들이 일정한 상황에서 웃으니까 웃고, 일정한 시간에 먹으니까 먹고, 사람들이 어떤 것을 믿으니까 믿고, 단지 많은 사람들이 다르게 행동한다고 해서 나도 또한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아무런 이유도 없다. 나는 언제나 내가 되겠다. 이해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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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가 나는 생. 진부하고, 좁고, 수다스럽고, 귀찮고, 권태롭다. 모든 것이. 그리고 내 직업이 혐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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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끝났다. 왜 끝났는지는 나도 몰라. 아무와도 나는 완전히, 절대로, 또 지속적으로 공감을 나눌 수 없는 모양이다. 결별(訣別)은 돌연 이유도 없이 우리를 엄습하는 어느 감정인 것 같다. 나 자신으로 파고 들어가고 나를 이룰 계절이 온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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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멍해지는 소음 속에도 완전히 정지된 내면의 시간이 있다. 그리고 나는 뼛속까지 내가 혼자인 것을 느낀다. 정말로 가을은 모든 것의 정리의 때인 것 같다. 옷에 달린 레이스 장식을 떼듯이 생활과 마음에서 불필요한 것을 떼어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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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의식에 비친 내 의식에 구토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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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적으로 사는 것 ㅡ 지치도록 일하고 노력하고 열기있게 생활하고. 많이 사랑하고 아무튼 뜨겁게 사는 것,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
산다는 것은 그렇게도 끔찍한 일,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만큼 더 나는 생(生)을 사랑한다. 집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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