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lly가 좋아하는 가곡

오솔길에서 - 이수인 시, 곡

Billy Soh 雲 響 2012. 6. 25. 12:01

 

 

오솔길에서

 

이수인 시.곡        아주여성합창단 지휘 임명운

출처 http://cafe.daum.net/arisoosarang

 

 

녹음이 우거진 숲 속 호젓한 오솔길 따라

나 혼자 걷는 길에 들꽃이 반기네

좁다란 계곡 사이 흐르는 시냇물도

돌돌돌 얘기하며 옛날을 속삭이네

 

저 하늘가에 떠도는 무심한 저 구름아

어릴 제 놀던 내 친구 소식 좀 전해다오

아 멀리서 들려오는 해맑은 산새 노래

솔바람 소리에 실려 옛날을 속삭이네

옛날을 속삭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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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 느릿 고갯길을 넘어가는 낡은 시내 버스는 숨이 차서 헐떡거렸다. 고갯마루에서 부터는 휴유 하고 스르릉 거리며 기분좋게 미끄러져 내려간다. 길 양편으로는 자그마한 시장도 있고 상점 문을 연 나즈막한 건물들이 줄지어 있었다. 얼마쯤 내려가면 오른쪽에 다방이 있고 빵집이 나온다. 지하에 있던 그 다방은 언제나 다정한 아지트였다. 평일에도 주말에도 손님은 그다지 많지 않고 우리가 앉는 자리는 언제나 카운터에서 좀 떨어진곳. 기둥이 있는 곳이었다. 커피 한잔을 마시고 몇시간을 앉아 있어도 언잖은 기색도 보이지 않았던 다방이다. 거기다 가끔 엽차는 또 좀 더 달라고 하니 귀찮기도 했을텐데..

 

몇시간이고 앉아있다가 배가 고프면 다방을 나왔다. 근처 이층엔 언제나 가는 우리의 단골 중국집이다. 단골이라고 해봐야 언제나 짜장면이 대개 정해진 메뉴이다. 배도 고프니 그보다 더 맛있는 짜장면은 없었다. 짜장면을 먹고 나오면 어느듯 밤이다. 고갯길을 좀더 내려 가면 사거리가 나오는데 사거리 건너편은 과수원이고 수풀이었다. 그 숲 사이길은 나즈막한 오르막의 언덕길 이었다. 양쪽으론 수풀이 우거지고 언덕길은 조금씩 높아져간다.

 

산이 끊어진 마루턱까지 걸어 올라가면 오른편엔 약수터가 있었다. 일년 사시 시원한 약수가 쫄쫄 흘러 떨어지고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긴 자루의 빛바랜 주황색 바가지가 놓여 있었다. 거기서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돌아서면 왼쪽편 하늘엔 나무 그늘 위로 달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지나는 사람도 드물고 어둑하여 으슥한 밤이었지만 무서움은 몰랐다. 달빛과 밤의 정적이 몸에 스며들듯 비추이고 발걸음을 더 옮기면 또 고갯길을 내려 가게 되는 오솔길 이었다. 저 아랫편에 드문드문한 집들에서 불빛이 비춰 나오고 있었다...

 

40여년전, 상도동 고개에서 부터 지금의 봉천 사거리, 서울대 입구역에서 신림동의 서울대 정문에 이르는 길의 그시절 모습이다. 언제나 우리들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배어있던 관악산 다방. 이젠 그 건물도 사라져 버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고 번화하게 된 지금의 그곳을 보노라면 옛날의 모습은 이미 상상할 수도 없지만 그곳은 우리들의 정다운 거리요 오솔길 이었다. 수없는 이야기가 스며있는 그 오솔길, 그밤의 정적들은 세월이 흘러도 언제나 가슴 속에 남아있다.  손을 잡고 싶어도 가슴이 두근거려 잡을 수 없었던 그때, 찬란히 빛나던 청춘의 빛, 한없이 피어나던 꿈의 계절, 부러움을 모르던 시절이었다.                 <운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