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 20일. 나는 호주의 시드니에서 생활 하던중 휴가를 얻어 아내와 같이 Northern Territory를 여행 하고 있었다. 전날 시드니 공항에서 국내선 비행기 콴타스를 타고 3시간 정도 걸려서 노던 테리토리의 Alice Springs 공항에 도착 하였다. 이 지역은 호주 대륙의 한가운데 위치하여 대부분의 지역이 사막으로 되어있다. 그곳에서 1박 하였는데 저녁이 되자 여기 저기 호주 대륙 원주민인 애보리진들이 돌아 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덤풀숲등 아무데서나 잠자며 맨발을 벗고 살고 정부의 보조금으로 생활 하고 있으니 보기에 좀 겁나기도하여 숙소로 일찍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틑날 아침 일찍 대절한 전용 버스를 타고 호주 대륙의 배꼽이라 하는 울루루(Uluru)로 출발 하였다. 우리가 대개 호주 지도를 대축소된 조그마한 세계지도에서 보아서 앨리스 스프링스와 울루루는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400 km 가까이 되는 거리이다. 중간 중간 쉬면서 휴식하고 또 중간 관광지도 들러 구경 하면서 가니 저녁무렵 가까이 되어서 울루루에 도착 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그 울루루로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에 일어났던 일이다.
나와 아내는 대형 버스의 왼쪽 좌석 앞에서 다섯번째에 앉아 있었다. 아침 7시쯤 출발 하였으니 얘기도 하다가 잠도 자다가하며 끝도 없는 사막의 도로를 달리고 있던중 오전 10시쯤 되었었나 보다. 산도 없이 끝없이 이어지는 길이 약간 내리막 각도인것 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런 내리막길이 30분도 넘게 계속되니 "길이 계속 내려가면 어디까지 내려가는 건가?" 하고 내가 아내에게 말하였다. "글쎄.." 아내도 첨보는 곳이니 알리가 없었다.그리고 다시 얘기를 나누고 있다가 무심코 앞을 보니 전방에 거대한 호수가 나타났다. "아니..? 이런 이 사막 한가운데 웬 거대한 호수가 있지?" 하고 내가 아내에게 물으니 "글쎄 지도에도 없는것 같은데.." 하고 아내도 이상하다는듯 대답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한 호수였다. 바다와 같이 파란 물이 잔잔하고 저 멀리 건너편에는 거대한 나무들도 우거져 있었다. 아직 오전이라 그런지 수면에는 안개도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것은 아까부터 내리막길을 달리던 버스가 지금도 계속 내려가고 있는것이었다. 마치 좀더 계속 달리면 호수 속으로 돌진해 버릴것 같았다. 하지만 " 뭐 운전기사가 알아서 하겠지.. 아무렴 호수 속으로 들어가 버리기야 하겠어?" 하고 아내와 다시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2,30분을 더 달려도 무심코 다시 앞을 보니 호수의 광경은 아까와 똑같고 거리감이나 각도도 전혀 변하지가 않고 있었다. 아니 이길이 얼마나 멀기에 그렇게 달려도 똑같을까 하며 이상히 생각하며 보고 있는데... 이게 웬일인가? 점점 더 달리자 어느듯 눈앞에 빠져 들어갈 듯이 보이던 그 호수의 모습이 점점 희미해 지면서 이윽고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곳엔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 한가운데로 난 도로 밖에는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었다. 앞으로 빠져 들어갈것 같았던 거대한 호수의 모습은 자취도 찾을수 없었다.
아내와 나는 벌건 대낮에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것처럼 어안이 벙벙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보니 어렸을때 자연책에서 읽었던 '신기루' 이야기가 생각났다. 낙타를 타고 대상들이 사막을 횡단할 때 타는듯한 햇볕의 열사와 모래 바람 속에서 신기루가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오아시스의 푸른 나무들이 바람에 날리는 광경을 보고 쓰러질것 같은 목마름에 그 모습을 좆아 아무리 걷고 걸어도 그 푸른 오아시스의 모습은 계속 멀어지기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몽롱한 정신으로 그모습을 보며 걷고 또 걸어 가다가 결국은 쓰러져 목숨을 잃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날 본것이 바로 신기루 였다. 너무도 신비한 느낌에 도중의 관광을 위해 차가 멈추었을때 그곳 출신인 버스기사에게 아까 본 광경에 대해 물어 보았다. 가끔 그런 광경을 본다는 것이었다. 빛의 굴절에 의해서 생기는 현상이 참 재미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 주었다.
물론 신기루는 미신적인 불가사의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아래의 백과사전에서 처럼 설명이 되는 것이지만 실제로 경험해보기는 처음이었다. 같은곳을 여행해본 분들도 많을테니 혹시 다른 분들도 그 신기루를 본적이 있을까 하고 때로 궁금한 생각이 든다. 오늘은 왜 갑자기 그 신기루의 생각이 났을까.. 생활 속에 그 신기루라도 보였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일까...
신기루, 공중누각 이라고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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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루루에 비치는 아침 햇빛을 보려고 추운 겨울(5월)에도 새벽에 일어나 이동하여 기다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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