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아파트의 바로 뒤는 산이다. 그다지 높진 않지만 조림이 잘 되어 있어서 나무는 울창하다. 일정이 없고 쉬는 날이면 나는 대개 이 숲길을 산책한다. 위에까지 10분 정도면 올라갈 수 있다. 운동 시설도 잘 되어 있어서 시간 보내기엔 아주 제격이다. 금년엔 겨울이 그리도 길더니 깜빡하는 사이에 봄이 와 버렸다. 부시시 깨어난 새순이 텄나 했더니 어느새 신록이 우거지고 지금은 제법 녹음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늘 높이 솟은 낙엽송에 새잎파리들이 돋아나고 산벗꽃 나무들이 우거진 숲길을 걸으면 도회지의 번거로움이 어느새 멀리 느껴지고 자연의 흙냄새가 코끝에 스며든다. 젊은 시절엔 오로지 일과 자기 역량 개발에 몰두한답시고 자연이고 아름다움이고 느낄 시간과 마음의 여유도 없이 가버렷는데 이제야 나도 나이가 든것인지 사람이 북적대고 번거로운곳 보다는 조용하고 자연의 싱그러움이 배어있는 곳이 어느새 더 좋아진 것이다.
칼산공원의 꼭대기엔 팔각정이 있고 서울 시의 측량 기준점이 있다. 눈아래엔 안양천이 흐르고 동쪽으로는 구로구의 애경 백화점이 건너다 보이며 북쪽으로는 목동의 빌딩숲과 한강이 보이는 것이다. 신록에 취하여 주변의 경관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답답하던 가슴이 풀리는듯 마음의 여유를 다시 찾을 수 있는것도 산 가까이에 사는 즐거움의 하나이다. 평생 조직 속에서 쫏기듯 살아 왔기에 지금의 나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는 몸과 마음의 여유 일진대 산길을 걸으며 그점을 잊지 않아야 하리라.
<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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